드라마 ‘브레인’에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뇌신경외과 김상철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마음은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학생들은 심장을 가리킨다. 그러자 김 교수는 마음은 심장이 아니라 뇌에 있다고 하면서 이와 같이 말한다.
‘뇌는요, 사람의 마음이에요 브레인은 바로 사람 그 자체입니다’
드라마 대사처럼 뇌는 곧 ‘나’라고 할 수 있다. 몸을 통해 일어나는 모든 것을 뇌가 경험하고 사고하고 판단한다. 평균 1.4kg, 체중의 약 2%밖에 되지 않지만 나머지 98%를 쥐고 있는 뇌에 대해 알아봤다.

삼위일체뇌
삼위일체뇌는 폴 맥린(Paul Maclean)이 진화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뇌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모델이다. 뇌는 진화 과정에 따라 기본적인 신경계의 틀에서 뇌간, 변연계, 대뇌 피질로 안쪽에서부터 차례로 발달했다.  

  - 파충류의 뇌, ‘뇌간’
‘뇌간’은 호흡, 혈압과 체온 조절 같은 생명과 연관된 가장 원시적인 기능을 조절한다. 파충류에서는 이 부위가 뇌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파충류의 뇌’라고 한다. 뇌간에선 동물적 충동이 발현된다.

  - 포유동물의 뇌, ‘변연계’
뇌간에서 충동이 발현되면 이에 대한 상황을 판단해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곳이 ‘변연계’다. 여기서는 자극에 대해 선택과 회피라는 기본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또한 경험이 기억의 형태로 저장돼 필요시에 떠올릴 수 있다. 감정과 기억은 포유류가 본능 이외의 다양하고 복잡한 행동 양식을 가능하게 해준다. 인간의 변연계는 해마, 편도, 후각계로 구성된다.

  - 인간의 뇌, 대뇌
대뇌는 사고나 언어 같은 고차적이고 지혜로운 기능 대부분을 조절하는 부위다. 이 영역이 있기에 인간은 논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고 뇌간과 변연계에서 나오는 충동 억제가 가능하다. 대뇌는 우(右)반신을 조절하는 좌뇌와 좌(左)반신을 조절하는 우뇌로 나뉘며, 양쪽 뇌는 뇌량으로 연결돼있어 서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다.


뇌의 기작
몸의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뇌도 세포로 이루어지는데 이 세포를 뉴런이라 한다. 뉴런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기작은 몸에 다른 세포에서 일어나는 기작과 다르다. 뉴런은 전기와 화학물질을 모두 이용해 정보를 전달한다. 뉴런이 앞의 뉴런에서 충분한 화학물질을 받으면 뉴런의 핵은 탈분극 돼 활동전위인 30mV의 전기 신호를 일으킨다. 축색돌기를 따라 이 전기신호가 전파된다. 축색돌기 말단까지 전기 자극이 전달되면 칼슘이온 채널이 열려 칼슘이 뉴런 안으로 유입된다. 칼슘은 신경전달물질이 있는 시냅스 소포체를 뉴런의 세포막으로 이동시킨다. 소포체는 세포외유출에 의해 신경전달물질을 시냅스로 방출한다. 신경전달물질은 다음 뉴런으로 전해지고 앞의 과정이 반복된다.


드라마 ‘브레인’ 속 뇌와 관련된 흥미로운 내용들을 정리해 봤다. 

각성 하 개두술
드라마에서 보면 환자를 깨운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각성 하 개두술이라고 한다. 뇌종양이 언어 신경이나 운동 신경 근처에 있을 때 하는 수술이다. 언어나 운동 신경이 손상을 입을 시 수술 후 환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없기에 각성 상태일 때 뇌에 자극을 주고 환자의 반응을 확인하며 뇌종양 제거 영역을 확정한다.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종양 제거가 이뤄지는 것이다. 말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곳에 종양이 존재하면 제거하지 않는다. 이 때, 뇌 자체에는 고통을 인지하는 기작이 없어 환자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드라마 '브레인'의 이강훈 역을 맡은 신하균(왼쪽)과 김상철 역을 맡은 정진영.

교모세포종
교모세포종은 드라마에서 신하균(의사 이강훈 역)의 어머니가 걸린 질병이다. 드라마에선 교모세포종의 크기를 줄이는 백신을 연구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하지만 교모세포종의 현재 연구수준은 미약하다. 교모세포종은 신경교종 중 하나로 WHO가 조직학적 기준(핵의 비정형성, 분열성, 혈관내피세포의 증식, 괴사 등)으로 나눈 등급에서 가장 악성인 4등급으로 분류된다. 강신혁(의과대 신경외과) 교수는 “교모세포종 환자의 예상 생존 기간은 1년 가량으로, 현재까지 개발된 가장 효과적인 신약도 환자의 수명을 2개월 이상 늘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모세포종은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해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가 동반돼야 한다.

사랑에 빠진 뇌
드라마에서 최정원(의사 윤지혜 역)의 뇌를 MRI로 촬영할 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자 뇌의 특정부분이 반응하는 것을 보고 정진영(의사 김상철 역)은 그녀가 사랑에 빠졌다고 확신했다. 사랑에 빠진 뇌라는 게 존재할까? 박건우(의과대 신경과) 교수는 “사랑은 고차원적인 감정이라 뇌의 다양한 부분이 활성화되고, 사람마다 사랑이 다르기 때문에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도 다르다”고 말했다. 복잡한 감정인 사랑의 뇌 기작은 아직 전체 기전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만 약 1초에 한 번씩 뇌의 활성도를 찍어 피험자의 생각이나 감정 변화에 따른 뇌 활성 변화를 영상처럼 보여주는 기능성MRI 촬영 결과, 꼬리핵의 활성이 사랑에 관여한다고 보고됐다. 꼬리핵은 편도체에서 끝나는데 편도체는 도파민 분비와 연관돼 있다. 이 연구는 사랑에 관한 연구의 권위자 헬렌피셔(Helen Fisher)의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에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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