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유근 씨
뇌신경외과 의사들의 하루는 어떨까? 드라마 ‘브레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신경외과 의사들의 하루는 실제로 어떤지 고대신문이 신경외과 전공의 권우근 씨와 하루를 함께했다. 권우근 씨는 브레인에서는 천하대 뇌신경외과 막내 의사 여봉구와 같은 단계의 의사다.

12월 27일 새벽 5시, 전공의 1년차 권 씨의 하루가 시작됐다. 일어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신경외과 특성상 중환자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24시간 대기상태이고 심지어 숙소도 중환자실 안에 위치해 있다. 오전 6시 30분, 응급실로 한 환자가 급히 실려 들어왔다.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권 씨는 항경련제를 투입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다행히 환자 상태가 심하지 않아 경과를 지켜보는 걸로 끝났지만, 심한 뇌출혈 환자나 두개골이 드러날 정도로 외상을 입은 응급환자가 올 경우엔 바로 수술 준비를 한다. 급박한 상황이 지나고 상황이 안정되자 권 씨에게 ‘새벽부터 응급실을 지키려면 힘이 들겠다, 언제 쉬느냐’고 물어봤다. “쉬는 날은 일주일에 한번 밖에 없어요. 그마저도 동료와 교대로 일을 대신 봐주기에 가능해요. 레지던트 1년차는 명절이나 생일도 생각하기 힘들죠”

권 씨가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중환자실을 돌며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xx씨, 이름이 뭐에요?” 의식을 확인하기 위해 권 씨가 환자에게 말을 건다. 이에 환자는 고통에 지친 목소리로 힘겹게 답한다.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의 환자에게는 통증을 줘 의식을 확인한다고 한다. 중환자실 점검이 끝나면 그 날 수술이 예정된 사람의 머리를 직접 깎는다. 이발사가 따로 있는 병원도 있지만 고대 안암병원 신경외과에서 이발은 의사 담당이다. 권 씨는 “환자의 수술부위를 누구보다 의사가 가장 잘 알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 주치의로서 환자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죠”라고 말했다.

7시 30분, 신경외과 의국에 교수들과 전공의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신경외과 브리핑을 하기 위해서다. CT, MRI 등의 사진을 보며 환자의 증상과 수술상태, 어떤 처방을 내렸는지를 보고한다. 머리도 못 말린 채 들어오는 의사들, 중간 중간 쏟아지는 잠을 이기려고 고개를 좌우로 젓는 의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브리핑이 끝난 후, 권 씨는 교수와 함께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일반병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레지던트 1년차는 병동주치의로, 권 씨는 50여 명의 환자를 맡고 있었다. 타과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편이다. 모든 환자의 회진 결과를 바탕으로 경과를 기록하고 약을 처방하고, 필요할 경우 타과와의 협진을 요청한다. 또 수술을 앞둔 환자의 보호자와 면담도 해야 한다.

이날 뇌실복강단락술이 예정돼 있었다. 전공의 1년차인 권우근 씨는 수술에 참여하지 않기에 전공의 2년차 최고 씨를 따라 수술실로 들어갔다. 전신 마취된 환자가 수술대 위에 누워있었다. 최 씨는 환자의 머리와 몸에 소독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코끝에 싸한 느낌이 맴돌았다. 수술 부위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 푸른색 천을 씌웠다. 간단히 수술 전 자기의 역할을 직접 소개하는 ‘타임 아웃’ 후, 수술이 시작됐다. 두피를 절개하고 뇌막을 십자로 가르니 두개골이 드러났다. 두개골에 의료용 드릴로 작은 구멍을 내고 뇌실로 가는 호스를 정교하게 넣었다. 복강으로부터 뇌실까지 호스를 연결하기 위해 복강 쪽도 동시에 수술을 진행했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 수술 중에는 가벼운 농담도 오고 갔다.

뇌실복강단락술이 진행 중이다.

수술방을 나오고 권 씨를 다시 만났다. 그는 점심도 거르고 병동 환자들의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일 년 동안 점심을 먹은 횟수가 다섯 번도 안 된다고 말했다. 간혹 점심시간이 생기더라도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바쁘다고 한다.

권 씨에게 생각했던 의사 생활과 달라 실망하지 않았냐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물었다. 거창한 포부를 밝힐 것 같았지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바빠서 실망할 시간도 없고, 단지 지금 목표는 전공의 2년차가 되는 것뿐이에요”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도 뇌신경외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과보다 환자의 변화상태가 드라마틱해 일하는 보람이 있어요. 혼수상태로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가 예상보다 회복이 빨라 외래 진료 병동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정말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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