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전 개막
한국에서도 ‘생명의 기적’이 12월 23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사진전은 △베트남 △말리 △페루 △인도 △스와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아이티 △르완다 총 9개국 나라별로 구성됐다. 작가들의 사진과 환자들이 스스로 찍은 일상의 사진, 그리고 병이 걸리기 전의 사진들은 에이즈가 감염자들의 일생을 어떻게 바꿔놨는지 보여준다. 나라별로 설치된 부스에서 방영된 인터뷰 동영상으로 환자들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되살아나는 생명의 불씨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스와질랜드는 ‘아프리카의 스위스’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산악 풍경을 가졌지만 에이즈 감염 상황은 최악이다. 국민 4명 중 1명, 여성 3명 중 1명이 HIV 감염자다. 사진작가 래리 타웰(Larry Towell)이 촬영한 환자들 대부분은 남편으로부터 HIV에 감염됐고 의도치 않게 자신이 뱃속에 품은 아기에게도 바이러스를 옮긴 여성들이었다. 수도 므바바네 외곽에 살고 있는 시피웨 트품밧지는 두 살 배기 아들 테네레 마타 벨라가 신생아 HIV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그녀도 HIV 양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테네레는 한 살 때부터 치료를 시작했고 그녀와 남편도 에이즈 치료약을 제공 받았다. 테네레는 처음에 기어 다니지도 앉지도 못했지만 치료제를 복용한 지금은 뛰어 다니기까지 한다. 시피웨는 “이젠 HIV 양성자라는 사실이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아요”라고 말했다.

페루에 사는 후안 까를로스는 형제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학대를 받았다. 동성애 성향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후안은 12살 때 가출해 막노동으로 연명했고 15살 때부터 시작한 매춘으로 HIV 양성 판정을 받았다. 사진작가 일라이 리드(Eli Reed)가 방문했을 때 후안은 정신적 방황 상태였다. 하지만 건강을 회복하면서 그의 인생에 변화가 생겼다. 미용실을 개업하고, 술과 담배를 끊었다.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인생을 끝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친구들의 격려 속에서 치료를 받으며 저는 조금씩 변했습니다”

편견과 외로움이 더 무서워
에이즈 치료제 무료 보급을 통해 죽었을지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삶의 기쁨을 느끼고 있지만, 알렉세이 스미르노프는 달랐다. 소련 붕괴 이후 많은 러시아 청년들이 술과 마약을 하며 자신의 인생을 손에서 놓았다. 알렉세이도 그들 중 하나였다. 그는 에이즈 치료를 시작하기 6년 전 이미 HIV 양성 진단을 받았다. 항 HIV 치료는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진짜 문제는 외로움과 우울증이었다. 병실에서 쓸쓸히 죽어가는 그의 눈동자에는 삶에 대한 의욕이 없었다. 결국 그는 치료를 시작한 지 6주 만에 에이즈가 아닌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 알렉세이 담당 의사는 “많은 에이즈 환자들이 병 자체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 속에서 외로움으로 죽어간다”며 “잘못 알고 있는 에이즈 상식을 바로 잡고 그들을 편견 없는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생명에 다가가다 ‘Acess to Life’
사진전 마지막 부분에는 치료시작 1개월부터 4개월까지 환자들이 매일 자신을 기록한 폴라로이드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치료 초반부에 그들은 굳은 표정으로 깊은 상심을 드러냈지만 뒤로 갈수록 폴라로이드에 긍정적인 내용의 메모를 남기기 시작했다. 전시회 스태프 고혜정(중앙대 사진학11) 씨는 “사진을 통해 치료 과정과 그로 인한 삶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전시의 총 책임자인 한국 매그넘 에이전트 이기명 대표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기획된 본 전시회는 실제로 ‘생명의 기적’을 이뤘다”고 말했다.


*매그넘(MAGNUM)
매그넘은 소속 사진작가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세계 사진 거장 협회이다.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매그넘 사진작가들은 세계를 기록하고 여러 화두를 주관적인 입장에서 감정을 이입하여 해석한다. 매그넘 회원이 된다는 것은 세계 최고의 사진작가라는 공인이며, 현재 70명의 사진작가들이 활동 중이다.

*전시 일정 : 12.23 ~ 3.4 /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관람료 :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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