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고대생이 돼버린 우리는 잊고 있었다. ‘고대생’ 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말이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오고 보니 이렇듯 어렵게 통과하는 입시절차가 ‘과연 우리의 대학생활에 도움 되는가’와 ‘지금의 제도가 최선의 선발 방식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본교생 8명을 만나 지나온 입시과정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문과계열 학생 좌담에는 △내신우수 입학생 최지원(정경대 경제10) 씨 △수능우수 입학생 최예슬(경영대 경영09) 씨 △논술고사 전형 입학생 염동규(문과대 국문10) 씨 △입학사정관제도 학교장추천전형 입학생 권다연(미디어10) 씨가 참석했다.

이과계열 학생 좌담에는 △내신우수 입학생 권윤경(이과대 수학10) 씨 △수능우수 입학생 김대연(의과대 의학09) 씨 △논술고사 전형 입학생 이정수(사범대 수교10) 씨 △입학사정관제도 전형 입학생 최중호(공과대 기계10) 씨가 참석했다. 좌담은 계열별로 나눠 진행됐다.

본인이 거친 입시 전형을 어떻게 생각하나

권다연|나는 입학사정관제이지만 ‘학교장추천’전형으로 입학했다. 보통 내신이 우수한 학생들이 이를 통해 들어온다. 좋은 내신 성적을 받기위해선 항상 꾸준하게 노력해야 한다. 시험 한번으로 판가름하는 수능보다는 성실성을 측정하기에 좋은 지표다. 하지만 고등학교 계열에 따라 좋은 내신 성적의 기준도 달라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내신도 완벽히 객관적인 기준일순 없을 것 같다.

염동규|문과계열의 논술전형이 ‘전산오류 전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들었다. 논술에 점수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 같다. 글은 두괄식으로 써야한다는 정해진 형식도 학생의 창의적인 사고력을 평가하기엔 부족하다.

최지원|내신을 잘 받기 위해서는 본인이 하기 싫은 과목도 인내하고 공부해야한다. 대학이 내신 우수자를 뽑는 이유는 성실성을 볼 뿐만 아니라 사회에 진출했을 때 하기 싫은 일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수능 시험을 보고 대학에 입학하는 입시 전형을 어떻게 보나

최예슬 씨

최예슬|공부한 양을 따지기에는 최적화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수능에 변수가 있더라도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 사람의 노력에 따라 점수가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수능이 인재를 구별하는 지표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지원|수능은 수능시험 날 당일 하루만으로 결정이 나는 것이기에 평소를 대변한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점수로 구현되기에 객관적인 입시체제라고 생각한다.

대학의 학점과 고등학교 내신과의 차이는
염동규|고등학교 내신과 대학의 학점은 성질 자체가 달라서 비교하기 힘들다. 대학 수업은 균질하지 않다. 과목별로 평가기준이 다르다. 어떤 수업은 책과 교수님 수업을 듣고 그것만 잘 공부하는 학생이 학점이 잘 나오기도 한다. 반면 또 어떤 수업은 발표를 잘 하는 학생이 학점을 잘 받기도 한다.
 

권다연|대학의 학점은 교수님의 재량에 따라 점수가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와는 다르게 책만 보고 내가 외운 것만 쓴다고 해서 점수가 잘 나오는 것이 아니다. 창의성과 관련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공부를 안 한 것에 비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대학공부는 성실하게 공부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점수를 받지만 성실성에 덧붙여 사고력을 요구한다.
 

최중호 씨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권다연|입학사정관제는 좀 더 기준을 확립해야하고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내가 거친 ‘학교장추천’전형은 학생부 전형에 입학사정관제라는 이름만 갖다 붙인 것 같았다.

 

 

 

최지원 씨

최지원|입학사정관이 지향하는 것은 얼마만큼 외골수였느냐는 것 같다. 입학사정관제가 다방면으로 경험을 한 학생을 평가하는 방법인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입학사정관제 학원만 키워줬다.

최중호|본교의 입학사정관전형은 제도의 목적에 어긋나 보인다. 입학사정관이 학생을 직접만나 관찰하고 대화도 나눠보며 잠재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생의 잠재력을 보려면 심층적인 면접을 실시해야하지만 면접 당시 전공과 관련된 심도 있는 질문은 들을 수 없었다. 본교에서 면접보다는 서류에 더 비중을 두고 학생을 본다는 것이다. 이 역시 결국은 ‘스펙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대학생활을 해보면 고등학교 때 준비했던 스펙이 큰 의미는 없다.

입시에서 앞섰던 서울대생이 고대생보다 뛰어나다고 보는가
권다연|내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서울대 학생들은 일반적인 능력이나 노력하는 정도가 확실히 다르다. 본교에서 천재적이라고 느낀 학생은 많지 않았다.

 

 

 

 

김대연|수능 성적만을 보는 본교에 비해 서울대는 수능뿐만 아니라 논술, 내신도 종합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양한 면에서 우수하니 더 뛰어난 인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최지원|입학 전엔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입학하고 나니 본교에서도 ‘왜 서울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뛰어난 학생들을 많이 보았다. 이런 ‘반례’들을 많이 보고 나서야 학교 랭킹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입시를 위한 공부가 대학에 와서 도움이 됐나
권다연|고등학교 때 배웠던 윤리수업과 화학수업 덕분에 관련 교양수업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됐다. 수능 영어 또한 영어실력을 향상시켜 줬다.

권윤경|고등학교 때 배웠던 문제풀이식 해법은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증명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최예슬|대학공부와 큰 관련은 없었다. 사회탐구 영역에서 경제과목을 선택해서 전공과목에서 용어를 미리 들어봐서 익숙했던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입시교육과 제도의 문제점은

 

 

 

염동규 씨

염동규|응시인원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꿈은 대부분 ‘대학가기’다. 그리고 일단 대학에 들어간 후에 자신이 하고 싶은 무언가를 찾는다. 이게 잘못된 것이다. 대학이 아니더라도 다른 길도 많아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잘 살 수 있어야 한다.

최지원|점수에 맞춰서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찾기보단 대학의 명성을 쫓아가는 성향이 짖다. 유럽이나 미국과는 다르게 학교별로 특화된 영역이 없고 대학의 서열에 따라 전공 서열도 매겨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교육은 입시제도에 맞춰져 있다 보니 자기 진로를 향한 디딤돌이 되지 못한다. 인성교육이나 진로교육을 배제시킨 결과지향적인 입시제도다.

이정수|동의한다. 내 주변만 보더라도 학교를 보고 입학해서 적성에 잘 맞지 않는다고 반수하는 경우와 이중전공과 같은 제도로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는 학생이 반 이상이다.

최예슬|내가 바로 점수에 맞춰 학교와 과를 선택한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폐해다. 그나마 학과 공부가 적성과 크게 빗나가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자기 적성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교육이 부족하다.

 

 

 

이정수|학생들을 문제풀이 기계로 만드는 것도 문제다. 문제풀이에만 치중한 공부가 아닌 의미 있는 공부를 가르쳐야한다. 수학이나 과학 과목이라면 논리적인 사고를 전개되는 법, 사회탐구나 역사 과목이라면 전체적인 흐름을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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