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좀 냅둬 좀 나 마음대로 하게”
“너 맨날 알아서 한다고 뭐 말만하고는 그냥 응?
너 지금 학교는 지금 휴학해놓고 어떡하려고 그래?”

드렁큰 타이거 8집에 수록된 스킷의 일부분이다. 음악 한다는 아들은 방에 처박혀 녹음 중이고, 엄마는 그런 아들이 한심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이윤혁(공과대 신소재02) 씨도 이런 잔소리를 듣고 있을까. 그는 애기능 중앙노래패에서 노래를 시작해 지난해 10월 음반을 낸 프로 밴드 보컬이다. 처음부터 전문적으로 활동할 생각을 가졌던 건 아니지만 동아리 공연을 하다 보니 점점 음악에 매료됐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이내 벽에 부딪혔다. 평범한 학생으로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기엔 경제적으로 역부족이었다. 이 씨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데모 CD를 파는 등 돈을 벌기 위해 나섰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음악 활동을 멈출 수 없던 그는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진제공 | 이윤혁 씨
이 씨는 주변 지인을 수소문하며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 나섰다. 밴드라는 특성상 스튜디오 녹음이 필요했다. 건너 아는 사람에게 스튜디오 대여를 부탁했고 비용은 밥값이나 차비로 대신했다. 전문 기획사를 통하지 않다 보니 주섬주섬 인력을 모을 수밖에 없다. 이 씨는 “인디 밴드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모으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 제작센터가 없고,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서 지원해준다고 해도 혜택을 볼 수 있는 건 극히 일부”라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음반을 제작한 그는 이번엔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평소 좋아하던 단편 영화 감독을 찾아갔다. 그의 사정을 들은 감독은 음악을 듣곤 뮤직비디오 제작을 흔쾌히 수락했다. 촬영은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뜻밖의 행운은 또 있었다. 비용 절감을 위해 하루로 잡혀 있었던 촬영 일정이 배우의 결막염으로 인해 이틀로 연장된 것이다. “‘덕분에’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덕분에 더 다양한 영상을 담을 수 있었어요” 그는 현재 촬영된 영상을 편집하는 중이다. 완성돼가는 뮤직비디오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그에게 부탁을 선뜻 들어준 감독과 눈병에 걸린 배우는 돈보다 가치 있었다.

그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음악에 몰두하는 이유는 그의 음악을 좋아해 주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팬은 후원자이기도 하다. 그는 적극적으로 팬들에게 후원 요청서를 보냈고 그 결과 현재 10여 명이 그를 후원해주고 있다. 음반 제작비용 절반 정도를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후원자 중에는 평소 그의 음악을 좋아했던 친구들도 있고, 공연을 보고 후원을 해주겠다고 한 팬들도 있다. 그는 후원자들에게 음반 제작 진행상황을 수시로 알리고, 뮤직비디오 메이킹 필름, 앨범 재킷 사진 등을 보낸다. 후원자가 제작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는 않지만 항상 그들과 소통하며 관계를 끈끈히 하고 있다. 그의 음악은 선율과 노랫말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다. 그가 만났던 사람들, 그를 도와준 사람들, 그를 지탱하는 사람들이 모두 녹아있다.

그는 이번 학기를 끝으로 졸업한다. 진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그는 음악을 놓지는 않을 것이다. “제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신념을 증명해 내는 것이 목표”라는 그. 어딘가에서 ‘사람’들과 함께 있을 그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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