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냉랭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민주광장에서 미화노조원의 집회가 열렸다. 올해 미화노조원의 임금을 결정하는 집단교섭에서 사측과 10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기 때문이다. 행사가 시작할 때쯤 한 정당의 총선 예비후보가 집회현장을 찾았다. 그는 민주광장에 도착하자마자 집회 진행자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곤 급하게 마이크를 잡았다. 자기소개와 경력, 인사와 격려의 말 몇 마디가 오갔다. 보좌진은 미화노조원과 함께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그에게 다양한 포즈를 요구했다. 그리고 불과 10분 만에, 그들은 번쩍이는 플래시처럼 사라졌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아마 후보의 선거 공보물과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미화노조원의 투쟁에 힘을 보탰다’는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서.

이런 정치인의 생색내기를 요즘엔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가 정치인에게 중요한 소통의 플랫폼으로 부각되면서 인증샷을 통한 정치인의 ‘사진展’은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언론도 한 몫 거든다. 오히려 기자들이 정치인에게 포즈와 사진 각도를 요구하고 이런 모습을 속보로 전한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 후보가 장애인을 목욕시키는 모습을 그대로 내보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의식 없는 정치인만큼 그 사진을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보도한 언론도 문제였다. 평소엔 찾지 않는 집회현장, 재래시장, 장애인 시설을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잠깐 참석해 사진만 찍고 가는 정치인들. 그들을 보면서 여기저기서 들리는 ‘정치개혁’, ‘정치쇄신’이란 구호가 허무하게 느껴진다.

정치인의 행태를 혀를 차며 비난하지만 사실 나도 그들과 다를 바 없다. 요즘 졸업 후의 삶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여러 개의 대외활동에 손을 대고 있다. 이렇게 나만의 ‘스펙展’를 준비하며 지금 하는 있는 일의 의미는 제쳐놓고 ‘이 활동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걱정한다. 선거철에 후보들이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쇼를 한다면, 나는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열을 올리는 건 아닐지. 총선용 정치인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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