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 현장의 폭력이 빈번해지면서 학교폭력이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매체에서는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Webtoon(웹툰)’과 ‘게임’을 지적하고 나섰다. 더욱이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23개 웹툰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려고 시도하면서 논란이 더해지고 있다. 유해매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 웹툰. 실제 웹툰의 모습은 어떨까.

웹툰에 담긴 학술성과 철학


▲ 떨어지는 장면을 애니메이션 효과로 처리한 웹툰 패밀리 맨의 한 장면.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Naver)’에 연재되고 있는 321개 웹툰 중 액션/스릴러 장르로 분류되는 웹툰은 40개다. 그 숫자나 그 안의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웹툰=폭력성’으로 일반화시킬 순 없다. 오히려 웹툰은 멜로에서 시대극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소소한 웃음과 함께 알찬 정보와 깊이 있는 철학을 담고 있다.

정보를 전하는 웹툰으로 조석․박종원 작가의 <취업의 소리>와 김양수 작가의 <기능의 재발견>이 있다. <취업의 소리>는 고용지원센터의 취업프로그램인 ‘Yes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기능의 재발견>은 산업인력공단 기능장려사업의 일환으로 기능직에 대한 관심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산업인력공단 성희송 과장은 “20대에게 기능직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유도하자는 것이 기획의도였다”며 “효과의 기준을 조회수와 댓글의 개수로 본다면 웹툰을 통한 정보 전달과 홍보는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학술적 요소를 담고 있는 웹툰으로는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와 이종범 작가의 <닥터 프로스트> 작품이 꼽힌다. <신과 함께>는 한국 전통신화를, <닥터 프로스트>는 사회심리학을 만화 속에 담아 난해한 학문적 요소를 쉽게 풀이했다. 안병국(경상대 경영12) 씨는 “사회심리학에 관심이 없었지만 웹툰을 통해 친근하게 접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길고양이 이야기를 다룬 구아바 작가의 <빠삐냥>, 88세대 이야기를 조선 시대 배경으로 그려낸 유승진 작가의 <한섬세대>, 웹툰 작가들이 연합으로 그린 <故노무현 前대통령 추모 웹툰>등 사회적 문제를 다룬 다양한 웹툰들이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다.

‘만화’와는 다른 새로움

웹툰은 컴퓨터와 결합해 기존 만화가 시도하지 못한 창조성을 보인다. 이러한 웹툰 작가들의 노력은 만화계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면서 우리만의 만화 형식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 씨는 “만화사(史) 중 우리가 원산지인 양식은 최초”라며 “여러 성과를 거두며 발전하는 웹툰 산업을 정부가 규제를 통해 막아 세우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웹툰 '더 파이브'가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대상에 올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컴퓨터 그래픽 효과(Computer Graphics)다. 3D 툴을 이용해 배경과 배경 부의 건물을 제작한 강도하 작가의 <로맨스 킬러>와 3차원 모델링 기법을 사용한 호랑 작가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현재 방심위에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거론 중인 20대 작가 호랑의 <2011 미스테리 단편-옥수역 귀신>, <2011 미스테리 단편-봉천동 귀신> 작품은 그래픽 효과를 가장 극대화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한국 웹툰의 새로운 양식으로 해외에 소개됐다.

또 다른 시도로 애니메이션 효과가 꼽힌다. 이 표현 양식은 현재 웹툰 작가 대부분이 사용할 정도다. 텍스트 만화가 전통적으로 좌에서 우로 표현했다면 웹툰은 세로 스크롤로 표현해 칸의 경계가 페이지에 구속받지 않는다. 이런 방식은 시간의 연속성을 나타내 실제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연출효과를 만들어 낸다.
장동련(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웹툰의 그래픽 양식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일정 수준에 오른 상태”라며 “현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점을 조심한다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표 문화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인터넷 만화 콘텐츠 서비스의 연간 매출이 2009년 기준 약 240억 원, 연 4.8%의 성장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웹툰 시장의 성장뿐만 아니라 그 파급 효과도 주목받고 있다.

웹툰이 자신의 장르를 넘어 재탄생하면서 문화 콘텐츠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를 비롯한 여러 작품이 영화화됐고, 300만 관객을 모은 흥행작 영화 <이끼> 역시 원작이 윤태호 작가의 웹툰이다. 또한 기안84 작가의 <패션왕>도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강도하 작가의 <위대한 캣츠비>는 만화적 표현이 쉽지 않은 연극으로 무대 위에서 선보였다. 노강우 정보문화연구소 연구원은 “다수의 웹툰 콘텐츠가 다른 장르에서 각색되고 차용되고 있다”며 “웹툰이 소설과 희곡처럼 하나의 예술 장르로 자리 잡는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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