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제주 강정마을에는 6번의 강한 폭발음이 울렸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위해 구럼비 바위를 폭파시키는 공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TV를 통해 소식을 지켜보던 차에 ‘고대녀’ 김지윤 씨 사진이 다시 한 번 머릿속에 폭발음을 울렸다.

‘제주 해적기지 건설반대! 강정을 지킵시다’라고 쓰인 태블릿 PC를 든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앞으로의 일들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전의 사건들이 늘 그랬듯 예상은 빗겨나가지 않았다. 김지윤 씨 관련 기사엔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장 출신’ ‘고대녀’란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단순 비난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통합진보당의 입장 표명, 강용석 의원과 해군의 고소까지 순식간에 많은 일들이 쏟아졌고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인터넷은 관련 기사들로 도배됐다.

2월 25일 자 본지 졸업호에서 김지윤 씨는 재학 시절 자신을 성장하게 했던 것은 ‘고대녀’라는 이름이었다는 말을 전했다. ‘고대녀’라는 별명에 대한 김 씨의 솔직한 생각이 여실히 드러났다. ‘나를 키운 무거운 이름’이라는 헤드라인을 적으며 고대녀라는 단어가 지난 대학 시절 그녀를 얼마나 옭아맸을지 상상했다. 캠퍼스에서 마주쳤던 그녀의 얼굴이 생각나 응원 한마디 해주지 못 했던 게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그녀의 행동을 둘러싼 일련의 일에는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이 든다. 물론 모든 논란의 발단은 본인에게 있다. 그녀에겐 그녀의 행동이 3만 학우와 수많은 교우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한다는 말만은 꼭 전하고 싶다. 한편으론 이제 갓 정치에 입문하려는 젊은 정치인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치부해 버릴 일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온갖 색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황색 신문들이 ‘고대녀’에게 ‘해적녀’라는 또 다른 무거운 이름을 만들었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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