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대대적으로 제정돼 이제는 사문화된 규정들, 개정은 거의 없어

올해 초까지 교육계 최대의 쟁점은 ‘학생인권조례’였다. 머리 길이나 동성애, 임신까지 사회가 애써 모른 척하던 부분까지 언급한 조항들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과 부딪히면서 교사와 학부모, 학생 사회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됐다.

초중등 교육현장에서 학생의 인권이 주목받는 지금 대학생의 인권과 대학의 규정은 어떨까. 1980년대 학원자율화 조치를 거치며 대대적으로 제정된 학생 활동과 관련한 조항들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거의 수정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사문화되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조항들이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대신문이 ‘고려대학교 규정’을 포함한 세부 규정중 학생 인권과 관련한 부분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주제로 김하열(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와 함께 검토해봤다.

학생활동제한 및 징계규정
고려대학교 규정>학칙>제17장
제72조 학생은 연구 및 수업에 장애가 되는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다.
고려대학교 규정>학생 상벌에 관한 시행세칙
제5조(징계의 대상) 학생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할 때에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징계할 수 있다.
1. 학생신분에 벗어난 행위를 하여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
2. 수업을 방해하거나 학사행정에 지장을 초래한 자
제6조(징계의 발의) 제5조 각호의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소속대학(학부)장 또는 학생처장이 다음 각 호의 서류를 갖추어 “학생상벌위원회”에 징계를 발의할 수 있다.

▲ 김하열 교수
김 교수| ‘어떠한’이라는 단어가 포괄적이고 불명확하다. 하지만 강의 도중 큰 소리를 내거나 교실을 돌아다니는 행위 등을 제지하는 것이 본래 학칙의 취지라고 보면 괜찮다. 징계 규정도 문제 삼기 힘들다. 공무원도 징계 사유 중 하나가 ‘품위 손상’인데 사유를 모두 열거하긴 불가능하다. 협의, 조사, 위원회의 회의 등을 통해 징계가 결정되기 때문에 징계 사유가 충분히 재논의될 여지가 있다.

박 변호사| 위 규정은 금지되는 행위를 포괄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 가능하도록 정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어떤 규정이 기본권을 제한할 경우에 과잉 금지해선 안 되고 금지 및 징계 범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학생(자치)단체 구성, 활동 제한
고려대학교 규정>학생행정>학생준칙>제2장 학생자치단체
제9조(설립) ①학생자치활동단체를 설립하고자 할 때는 매 학년 3월 말일까지 본교 전임교원 중에서 지도 교수를 2항에 명시된 서류를 학생지원부에 제출하여 학생처장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고려대학교 규정>학생행정>학생준칙>제4장 보칙
제15조(자치활동의 제한) 각 자치단체의 활동은 매학기 중간 및 기말시험 개시 1주일 전부터 종료 시까지 금지된다.
제16조(자치단체 해산명령) 각 자치단체의 활동이 이 준칙 또는 본교의 규정에 위배되거나, 본교의 품위를 손상 또는 교내질서를 문란하게 할 때에는 학생처장 또는 소속 대학·학부장은 총장의 승인을 얻어 그 단체를 해산하게 할 수 있다.

김 교수| 학교는 교육목적의 범위 내에서만 학생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 학생이 학교 정문 안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학생의 기본권은 사라지지 않는다. 학생자치단체 설립 단계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 시험 1주일 전에 무조건 활동을 제한하는 것도 문제다. 다만 교내외의 질서를 ‘문란케’한다는 용어는 통상적으로 쓰인다. 앞서 말했던 공무원의 ‘품위 손상’과 같은 맥락이다.

▲ 박주민 변호사
박 변호사| 헌법에 따르면 표현행위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해야만 한다. 단체를 구성, 설립함에 있어 모든 단체가 사전승인 받도록 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 학교의 감독이 반드시 필요한 단체들에 한해 사전승인을 받도록 수정해야 한다. 또한 시험 개시 1주일 전부터 종료일까지 일체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단순히 ‘교내질서를 문란케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행위를 금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집회의 자유 침해
고려대학교 규정>집회에 관한 내규
제2조(집회의 허가) 교육, 학술, 연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음 각 호의 행사에 대해 집회를 허가할 수 있다. 1. 본교생들이 주관하는 자치활동의 행사 2. 본교생들이 주관하는 강연, 학술, 연구발표회 등의 행사 3. 소규모 스터디, 공연(연습), 전시 등의 행사 4. 기타 학생처장(학장, 총무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행사
제3조(집회 신청) ① 집회를 하고자 할 때에는 소정의 집회신청서를 집회예정 2일전까지, 그 구성원이 1개 대학에 한할 때에는 그 소속대학 학(부)장에게, 그 구성원이 2개 대학 이상일 때에는 학생처장에게 제출하여 허가를 득하여야 한다.

김 교수| 확인과 허가를 거쳐야 집회를 할 수 있는 것은 위헌이다. 만약 이것들이 헌법이라면 위헌 판결을 받았을 법하다. 학교가 교육, 학술, 연구에 관련한 집회가 아니면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여지를 둔 것은 문화적, 종교적, 정치적인 집회를 막을 수 있다. 소규모 스터디 모임을 집회로 간주하는 학칙도 이해하기 어렵다. 학생처장 임의로 허가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박 변호사| 우리 헌법 제21조는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어 헌법에 위배되는 규정이다.

언론, 출판의 자유 침해
고려대학교 규정>학생행정>학생준칙 시행세칙>제2장 집회, 게시 및 인쇄물 배포 관계
제10조(일반대상 인쇄물의 배포) 교내에서 학생이 일반을 대상을 인쇄물을 배포코자 할 때에는 그 인쇄물의 원본 2매와 인쇄물 배포원(서식 제5호)에 의하여 배부일시, 장소, 대상 및 목적을 기재하여 학생처장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김 교수| 용지 규격, 공간적 제한이 있기 때문에 공간 관리 측면에서는 필요한 세칙이다. 시내의 입간판도 규제하는 법이 있듯이 많은 인쇄물과 게시물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 헌법 제21조는 언론에 대한 사전 검열을 금지하고 있다. 고려대가 국가기관은 아니지만 고등교육법 제6조는 학칙이 법령의 범위 내에 있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검열에 해당하는 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위헌, 위법적 규정임에 틀림없다.

피선거권 제한
고려대학교 규정>학생행정>학생자칭단체 선거규약>제1장 선거권, 피선거권
제2조(피선거권) 피선거권은 아래에 해당하는 자격을 구비한 자에게 한한다. 선거권을 갖고 학업성적이 우수하며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열성을 가진 자로서 1. 4학기 이상 등록을 필한 자로서 평균평점이 C+ 이상인 자 2. 징계 또는 유급을 받은 사실이 없는 자

김 교수| 성적으로 자격에 제한을 두는 것은 문제다. 또한 성격이 다양할 수 있는 유급과 징계는 명확한 기준을 정해야한다. 공직자 선거는 형사상의 처벌이 중할 때에만 피선거권의 제한을 두고 있다.
박 변호사| 학생회 활동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성적 등을 피선거권의 제한사유로 삼고 있어 수단의 적합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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