쇤베르크는 현대음악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유명한 작곡가이지만 그의 음악회에 간 사람들은 첫 악장을 들으며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웁니다. 너무 어렵고 종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쇤베르크는 흔히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현대음악의 시초가 되었던 사람입니다.

아놀드 쇤베르크는 낭만주의 음악어법에 염증과 한계를 느껴 이전의 음악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주제와 조성, 화음을 완전히 저버리고 ‘무조(無調)음악’과 ‘12음 음악’라 불리는 음악의 추상화를 시도하였습니다. 무조음악이란 조성이 없는 음악을 가리킵니다. 쇤베르크 이전 시기 바흐의 <B단조 미사>나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G단조>을 보면, B나 G를 으뜸음으로 하는 음계로 작곡되었습니다. 그 으뜸음을 중심으로 조성을 진행시키는 것이죠. 그런데 무조음악은 조성이 없으므로 으뜸음도 있을 수 없고, 조성에 따른 화음도 있을 수 없습니다. 즉 으뜸음이 없다는 것은 음악에서 더 자주 사용되는 음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한 옥타브 안에 있는 12개의 음들이 같은 빈도로 사용되는 것이죠.

하지만 모든 악곡의 기본이 되었던 조성체계가 완전히 파괴된 상태에서 작곡을 하는 것은 마치 설계도도 없이 맨 땅에 빌딩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쇤베르크 외에도 많은 작곡가들이 조성체계를 버리고 작곡을 하려했지만 조성체계를 대신할만한 기법이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쇤베르크는 음들을 열을 지어 사용하는 이른바 ‘음렬작곡’이란 기법을 만들어냈습니다.

쇤베르크는 으뜸음의 독재를 타도해야만 한다고 믿었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서양음악에 있어서 조성체계란 수 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서양음악의 구조적 질서의 근간이기 때문에 쇤베르크의 무조음악이 1912년에 처음 연주되었을 때 청중들은 그의 음악에 대해 강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의 음악이 연주되는 곳마다 청중들의 강한 반발이 일었고, 신문은 그의 음악은 단지 소음일 뿐이라며 혹평했습니다. 심지어 청중들의 거친 항의로 공연이 중단되고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하였다고 합니다.

그가 완성해낸 무조음악과 12음 기법의 체계는 현재에 이르러 현대 작곡가들의 가장 보편적인 작곡기법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오스트리아군에 입대한 쇤베르크에게 한 상관이 왜 그러한 불협화음에 가득 찬 음악을 만드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무도 그런 인간이 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그런 사람이 되었습니다”

오범교(생명대 식품공학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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