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미디어그룹을 지향하는 후지미디어

지난달 13일, 고대신문이 일본 도쿄 미나토구 오다이바에 위치한 후지TV 본사에서 (주)후지미디어홀딩스 히에다 히사시(日枝久) 회장을 비롯해 후지TV 아키히로 아라이(荒井昭博) 편성제작국장, 유키토 미노와(箕輪幸人) 보도국장, 미쓰요시 아츠다(熱田充克) 국제국장, 아츠시 요코야마(橫山淳) 비서실장을 만났다. 후지TV 최초의 한국특파원이자 서울지국장 출신인 히에다 회장은 2010년 본교에서 명예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히에다 회장은 본교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대담을 주도했다.

글로벌미디어그룹을 지향하는 후지미디어

- 후지미디어는 글로벌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스스로 어떤 질문을 하고 있나
히에다 회장 | 지금 일본에는 도쿄에만 5개의 방송국과 300개 이상의 채널이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며 변화의 시대가 도래 했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잘 대응하는 회사가 살아남는다고 생각합니다. TV방송국의 경우 후지는 콘텐츠의 힘을 중시합니다. 방송국은 콘텐츠를 강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세계의 정보를 후지TV가 모아서 방송을 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콘텐츠의 프로그램을 제작·보도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방송국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후지TV의 정보를 세계로 내보내는 것입니다. 각본과 프로그램을 해외에 판매하는 것이 있을 수 있겠지요. 한국, 미국과 비교했을 때 이 부분은 일본이 약한 편입니다. 현재 일본에서 한류가 강세인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 지난해, 후지TV의 주요프로그램인 ‘도쿠다네’는 한미FTA에 대해 다소 편향적인 내용을 방송한 적이 있다. 글로벌의 첫 번째 측면으로 지적한, 다른 나라의 정보를 방송할 때 후지TV의 원칙과 방향성이 있다면
히에다 회장 | 보도의 원칙은 여러 가지 입장과 의견을 최대한 공정하고 진실하게 전달하고 그 판단은 시청자가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해외사건을 보도할 때는 이 원칙에 ‘일본의 시각’이 추가됩니다. 예를 들어 ‘한미FTA’ 관련보도를 할 땐 ‘일본의 입장에서 바라본 한미FTA는 이렇다’는 것을 말하는 거지요. 일본 내에서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관련해 여러 의견이 있는데, 반대로 해외언론이 이 문제를 보도할 때는 자국의 입장을 반영할 것입니다.

- 후지TV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때 어떤 점을 주의하나
아라이 편성제작국장 | 후지TV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이전에 하지 않았던 방송을 하자’는 것을 원칙으로 다음의 3가지를 주의합니다. 첫 번째는 ‘사람’입니다. 프로그램에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이죠. 두 번째는 ‘기술’입니다. 1년 전에는 도입되지 않은 방송기술, 시도하지 않은 편집기법을 사용합니다. 마지막으로 ‘기획’입니다. 어느 방송사도 시도하지 않은 기획을 세웁니다.

한류(韓流)의 중심

 

한류(韓流)의 중심

- 최근 일본 내 반(反)한류 움직임이 일며 후지TV의 한류프로그램 편성을 비판하는 여론이 늘고 있다는데 
히에다 회장 | 물론 후지TV가 한류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이고 이는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의 목소리를 전체의 여론이라고 보면 안됩니다. 우리는 한국 드라마라고 해서 무조건 방영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작품성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겨울연가>가 처음 들어 왔을 때 너무 좋은 드라마라 굉장히 놀랐습니다.

- 일본 방송의 ‘황금시간대’라 불리는 저녁 9시~10시에 한국 드라마가 편성될 수 있을까
아라이 편성제작국장 | TV프로그램은 ‘색다른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한국드라마가 일본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일본에서도 예전부터 하고 있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일본 사람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내기 때문이에요. 기존의 것보다 진화된 것을 선보이는 것이 한국드라마의 장점이고 이를 선호하는 시청자가 많은 낮 시간대에 방영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한국콘텐츠와 비교해서 일본콘텐츠가 나아갈 길이 있다면
아라이 편성제작국장 | 한국 드라마의 강점은 처음 제작할 때부터 세계진출을 염두하고 만든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여러 권리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내수시장만을 대상으로 제작하는 것이 많습니다. 한국드라마의 이런 장점을 일본이 배워야 합니다.

한국의 사회 현안

 

신문·방송의 위기

- 스마트폰 등 통신기기의 발달로 사람들은 신문·방송을 접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접한다. 특히 신문의 경우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없어 독자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히에다 회장 | 일본 역시 신문의 부수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저도 아이팟으로 정보를 얻는걸요(웃음). 종이신문의 경우, 기사를 쓰고 편집 하는 등 작업공정 때문에 늦어지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다만, 유통의 문제가 중요하게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방송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방송에서 어떤 형식으로, 어떤 타이밍에, 어떤 방법으로 방송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신문 역시 전송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여러분이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를 내보내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요코야마 비서실장 | 덧붙이자면, 고대신문은 대학신문이라는 특수성을 잘 살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대신문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을 많이 실으면 독자가 많아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스마트폰을 통해선 기사 한 꼭지만 보지만, 신문은 면 전체를 보여주고 기사의 크기에 따라서 중요도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안다면 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날 겁니다.

저널리스트가 갖춰야 할 것

- 저널리스트가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
히에다 회장 | 매우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저는 후지TV에 입사한 후 다양한 부서를 거쳤습니다. 기자는 매우 흥미로운 직업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다양한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진실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대중에게 신뢰를 받아야죠.

- 기자는 국민의 알권리와 국익이 대립할 때 어떤 가치를 우선해야 하나
미노와 보도국장 | 어느 것이 우선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기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 전체를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드네요. 국익과 관련해 보도해선 안 되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자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익이 아니라 권력층 소수만을 위한 것이라면 반드시 파헤쳐 보도해야 합니다.

아츠다 국제국장 | 국익과 알권리 반드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는 실제론 거의 없어요. 그러나 꼭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온다면 더 이상 고민할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해 일본의 쓰나미 참사 당시 현장의 모습을 보도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미노와 보도국장 | 국가재난상황 당시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보도 자료가 거의 없었습니다. 따라서 일본국민들은 기자의 보도를 통해 정보를 얻어야 했고 기자의 역할은 평소보다 훨씬 더 중요했어요. 기자 개개인은 자신이 보는 것, 자신이 느끼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것인가’를 고민했고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 쓰나미 참사와 같은 긴급 상황에선 유일한 정보제공자인 정부의 보도 자료를 그대로 믿고 보도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은데
미노와 보도국장 |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이 전부 진실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 중 진실을 파악해내는 것이 기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작년 참사 당시, 우리는 정부의 발표에 대한 사실여부를 충분히 조사했습니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도 있겠지만, 최대한 사실 그대로 보도하려고 노력했어요. 다만 반성하는 점은 방사능이 어느 지역에 퍼졌는지를 파악하는 기계가 없어 그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정보를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회 현안

- 한국에선 종합편성채널 등 민영언론의 지나친 수익 추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언론이 수익성을 추구하면 저널리즘을 실현할 수 없다’라는 지적이 있는데   
아라이 편성제작국장 | 후지미디어는 민영방송으로서 보도와 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방송하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에선 스폰서와의 관계도 중요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원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죠. 후지미디어그룹의 제1원칙은 저널리즘입니다.

미노와 보도국장 | 작년 쓰나미 참사와 같이, 재해 상황에서 취재를 할 땐 굉장히 돈이 많이 듭니다. 그 당시 회장님을 비롯한 간부들이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돈을 모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이 한 마디가 후지미디어가 지향하는 가치를 잘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장용민, 김보건, 오은정, 이가영 기자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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