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면 외국인과 마주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캠퍼스. 우리 주변에는 교환학생, 외국인 재학생 등 많은 외국인 유학생이 있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국적은 모두 다르지만 ‘고려대’라는 같은 환경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나와 비슷하진 않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핀란드에서 온 안나 카이사(경영대 경영 11), 중국에서 온 하몽(사범대 영교 10)과 단효룡(정경대 행정 10), 말레이시아에서 온 암니 무사(공과대 기계 10)를 만났다.

▲ 왼쪽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온 암니 무사(공과대 기계10)와 기계공학과 10학번 친구들. (사진제공 | 암니 무사)

모두 다 설레는 입학 초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듣기 위해 정문으로 들어섰을 때 캠퍼스를 한참동안 바라봤다. “중세의 고풍스런 분위기의 건물들과 초록에 휩싸인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여기가 앞으로 내가 다니게 될 학교구나’하고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그런데 막상 첫 수업을 들으려하니 ‘내가 제대로 수업을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_ 전종건(경영대 경영12)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안나 에게 고려대는 유일한 선택권이었다. 입학하기 전 사진을 통해 본 캠퍼스가 아주 예뻐 인상적이었다. 고려대 관련 기사를 읽어보니 공부하기에도 아주 좋은 학교였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 중 하나라는 소리를 듣자 설렘과 동시에 두려워졌어요. 한국 학생들을 따라가지 못할까봐, 무시당할까봐 걱정했죠. 그런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학생들의 분위기가 매우 편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살벌한 경쟁심보다는 재밌게 놀고 어울리는 여유가 느껴졌죠.”

▲ 고려대 어학당에서 만난 단짝친구, 중국의 단효룡(정경대 행정10)과 하몽(사범대 영교10). (사진 | 장지혜 기자 bird@)

수업은 모두가 어렵다
“제출여부만 체크하는 요약보고서를 쓰기 위해 삼일동안 밤을 샌 적이 있었고 오히려 성적에 들어가는 비중이 큰 퀴즈는 준비를 못하기도 했어요. 한 학기동안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그 비중을 조절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 때 선배의 조언이나 친구의 도움이 컸던 것은 사실이죠.” _김지현(문과대 사학11)

안나도 처음에 교수님이 과제를 내주면 얼마만큼 조사를 해야 할지,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파악할 수 없어 난감했다고 한다. “한국 학생들은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직관적으로 알 테지만 저는 명확하지 않은 표현 때문에 헤매곤 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옆 친구에게 계속 묻고 어떻게 과제를 하는지 지켜보았죠. 게다가 고려대 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더라구요. 특히 시험기간이면 공부에 전념하는 모습이 놀라웠어요. 첫 학기 학점이 나왔을 때는 정말 우울했죠.”

암니는 고려대 학생들이 모두 수학을 아주 잘한다며 부러워했다. 기자가 모두는 아닐 거라고 손사래를 치는데 “한국 학생들은 공부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요. 특히 시험 볼 땐 전쟁을 하는 것 같았어요. 한국학생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니고 공부한다는 것을 들었는데 진짠가요?”라며 기자에게 거듭 물었다.

▲ 핀란드의 안나 카이사(경영대 경영11)와 KUBA 친구들. (사진제공 | 안나 카이사)

술자리 속의 쓸쓸함
“제가 술을 안마시면 술자리 분위기를 망칠까봐 걱정이 돼요. 그래서 술자리엔 잘 안가게 되고, 그러다보니 술자리에서만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나 유대감에서 멀어지는 것이 느껴져요.” _이혜수(인문대 영문11)

하몽과 단효룡도 술을 잘 못 마시기 때문에 ‘술자리’문화에 적응 할 수 없었다. 술자리에서 하는 게임들은 재밌긴 했지만 잘 알아들을 순 없었다. 단효룡은 일학년 때 반 아이들과 함께 MT에 갔었다. “역시나 술게임을 많이 하다 보니 분위기에 참여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술을 같이 마시면서 사람들끼리 친해지는 것은 재밌고 신기했죠.”

그리움은 모두가 같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고향에 갔다 오지만 시험기간 때문에 두 달 동안이나 집에 못 내려갈 때도 있었죠. 친구들이 보고 싶어 우울하다가도 고향에 내려갔다오면 금방 회복돼서 돌아오곤 했어요.”  _김인년(경영대 경영11)

암니에게 고향이 가장 그리울 때는 추운 겨울이다. “한국과 달리 말레이시아는 4계절이 없고 더운 날의 연속이죠. 서울의 겨울은 너무 추워요. 겨울방학 때는 꼭 말레이시아로 돌아가요”

안나 역시 주말에 고향 친구들과 연락 할 때면 친구들이 정말 보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핀란드에서는 집집마다 사우나가 있을 정도인데 핀란드의 사우나가 매우 그리워요. 특히 페이스북에서 친구들이 사우나중이라고 자랑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정말 고향으로 가고 싶어져요.”

인턴, 학점, 졸업... 같은 고민을 하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확실히 정해진 것이 없어서 불안해요. 영어성적 등 스펙을 쌓아야 하는 부담도 있고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걱정을 떨칠 수 없죠. 지금 원서철이라 원서를 넣고 있고 면접 준비를 하고 있어요.”_홍철승(공과대 전전전 08)  

안나에게 지금 가장 큰 고민은 한국에서 인턴 자리를 구하는 것이다.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한국 기업에서 인턴을 하면서 한국에 더 머무르고 싶어요. 한국에서 지내는 생활이 너무 행복하기 때문에 억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지금 면접이 남았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편 하몽에게 가장 큰 걱정은 졸업이다. “중국에서는 졸업을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보편적이에요. 그래서 친구들이 휴학 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졸업을 연기하고 휴학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지금은 고민이되요.” 암니 역시 학점과 졸업요건의 충족이 중요한 고민이다. 졸업이 가까울수록 학점을 걱정하는 모습이 우리와 다를 것 없이 초조해보였다.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경험을 공유하다보니 외국인 유학생도 문화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와 정말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그들이 다르게 느껴졌던 것은 ‘소통’할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안나는 한국 학생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때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면 쓸쓸했다. “한국 학생들은 영어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만 대화에서 정확한 문법이 중요하진 안잖아요.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영어를 훨씬 잘한다는 사실을 알면 좋겠어요. 뻔한 말이긴 한데, 진심으로 외국인에게 다가갈 때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학생들이 그렇게 관심을 가져주고 다가오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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