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 대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학생의 신분으로 책을 써낸 4명의 청춘들이 있다. 그들의 책 제목은 <내가사는이야기>이다. <내가 사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가사는 이야기>로 읽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8명의 싱어송라이터의 가사를 ‘국문학도’의 정신에 입각해서 분석했다. 지루하고 따분한 분석이 아니다. 책 속에는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언어적 직관’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했다. 이 재기발랄한 4명의 유쾌한 청춘들을 만나 책과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왼쪽부터 남슬기(문과대 국문06), 박수열(문과대 국문04), 맹하경(문과대 국문07), 이한솔(문과대 국문05) 씨 그들은 스스로를 “아직 평균 연령 26.75세”라며 웃었다. (사진 | 장선화 기자)

 

-<내가사는이야기>는 어떤 책인가
박수열 | 먼저 고대생을 대상으로 싱어송라이터의 정의를 보여주고 적합한 사람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가사를 분석할 8명의 싱어송라이터를 선별했다. 각자 두 명씩 나눠 가수들이 가사에 사용한 단어를 분석하고 빈도순으로 리스트를 작성했다. 이렇게 선정된 단어들을 8명의 가수들은 어떻게 사용했는지, 각 단어는 가수의 어떤 특징을 보여주는지 나름대로 객관성을 유지하며 분석했다.

맹하경 | 선정한 가수의 정규앨범에 실린 모든 곡을 범위에 넣고 분석했다. 와세다대에서 개발한 ‘앤트 콩크 포 윈도’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가 직접 작사한 곡의 코퍼스(가사 형태소 분석 결과 자료 뭉치)를 구축했다.

이한솔 | 대중들의 ‘직관’을 언어적으로 검증한 연구결과다. 대중들이 사랑한 수많은 노래가사가 왜 인기 있는지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책 발간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남슬기 | 시작은 신지영 교수님의 <한국어정보처리> 강의 기말과제에서부터였다. 강의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언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법을 배웠다. 이왕이면 재밌는 주제로 발표과제를 하자고 했고, 우승을 했다. 교수님이 과제로 남기엔 아깝다며 책을 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 주셨다.

박수열 | 인트로에 실은 가수별 가사 특징을 콕 집어 비교한 유머글은 누구나 공감을 할 수 있어 재밌다. 실제 노래가사를 언어적으로 분석했을 때도 같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시작하게 됐다.

-책 발간 준비과정은 어땠나
박수열 | 4명이 거의 매일같이 만났다. 수백번 같은 음악을 반복해 듣고 서로 분석해온 결과를 읽고 평가했다. 이번 학기가 마지막 학기라서 그런지 조바심이 생기기도 했다. 책 발간이 취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안될거라는 생각에 단체로 슬럼프가 찾아와 극복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맹하경 | 학업을 병행하며 책을 쓰는 게 힘들어 슬럼프가 닥칠 때마다 책이 나온 모습을 상상하면서 매달렸다. 지금 당장 학점을 잘 받는 것보단 나중에 더 큰 도움이 될 거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책을 쓰는 것이 강의에서 A+를 받는 것보단 더 큰 선물이 아닌가.

-책에 실리지 않은 곡 중에 좋아하는 혹은 추천 하고 싶은 노래, 가사가 있나
남슬기 | 단연코 가수 김동률이다. 4명 다 너무 좋아하는 가수인데 안타깝게 책에서 선정한 기준에 맞지 않아 실리진 못했다.

이한솔 | 사실 요즘 아이돌 가수도 선정하고 싶었다. G-dragon은 후보에도 있었지만 활동기간 10년이란 기준에 미달이었다. 책이 잘 돼서 2편을 제작한다면 이번에 싣지 못한 가수들을 중심으로 쓰고 싶다.

-요즘 음원차트 1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빅뱅 <BLUE>, 2AM <너도 나처럼>의 가사를  분석해 본다면
이한솔 | 빅뱅 <BLUE>는 20대 초반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자아내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노래에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스토리가 있다. 이른바 완결성이 있는 것이다.

맹하경 | 2AM <너도 나처럼> 가사 중 ‘태엽인형처럼 주어진 일처럼 웃는다/tv를 보아도/친구를 만나도’를 보면 상투적이고 일상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평면적인 느낌이다.

이한솔 | 빅뱅의 노래는 무난한 참신함을 가지고 있다. 제목이 BLUE인데 가사에 ‘멍’, ‘파랗게 물들어’ 등 파란 이미지를 잘 이용했다. 우울한 블루와 색의 블루를 잘 잡았다.

-작업을 끝내고 얻은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박수열 | 지금은 국문학도지만 어렸을 때는 피아노를 공부했었다. 그 때부터 음악은 내게 평생 잘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돼줬다. 이번 작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작사에 대한 자신감도 갖게 됐다. 책을 펴내기 위해 노래 가사를 분석하면서 작사가 막연한 것만은 아니라고 느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 책이 작사의 ‘길잡이’가 돼줄 거라 믿는다.

가수

대표곡

김태원(1986데뷔)

비와 당신의 이야기, 네버 엔딩 스토리

윤종신(1990데뷔)

막걸리나, 오래 전 그날

이소라(1991데뷔)

청혼, 바람이 분다

서태지(1992데뷔)

난 알아요, 환상속의 그대

박진영(1994데뷔)

니가 사는 그집, 난 여자가 있는데

유희열(1991데뷔)

스케치북,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

이적(1995데뷔)

왼손잡이, 하늘을 달리다

김윤아(1997데뷔)

봄날은 간다, 1717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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