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EIC(토익)점수가 만점이네요. 영어로 자기소개 한번 해보세요” “Um...Well...”

기업의 면접장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언젠가부터 외국어시험점수는 스펙을 넘어 기본소양이 됐다. 개인의 외국어 능력을 평가할 객관적인 잣대가 없다보니 외국어시험점수가 그 기준을 대체해 버린 것이다.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점수는 그리 높지 않더라도 웬만한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도 있다. 김진식(가명·경영대 경영학과08) 씨와 김해연(언론학과 석사과정) 씨를 통해 ‘효과적인 외국어 공부법’에 대해 모색해봤다.

공인회계사시험(CPA)을 준비 중인 김진식 씨는 주변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응시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특별한 준비 없이 응시한 토익시험에서 900점을 가뿐히 넘겼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고민이 많다며 말끝을 흐린다.

김해연 씨는 고대신문의 도쿄취재기사를 탄생시킨 숨은 공신이다. 도쿄취재기간동안 고대신문의 통역을 담당한 그녀는 전문통역사가 아니다. 일본에 거주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후지TV 임원진과의 대담을 무리 없이 진행했다.

실력인지 점수인지, 자기는 안다
김진식 씨는 토익의 맹점을 지적한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높은 점수를 받는 건 당연하지만 실력이 모자란 사람도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편법이 통하는 것 같아요” 김해연 씨도 이에 동의한다. “유형이 정해져 있어서 요령이 있는 사람은 금방 점수를 따죠. 그게 실력이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어요”

물론 토익과 같은 외국어 시험 점수와 개인의 외국어 능력의 상관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편법이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실력은 갖춰야 점수가 나온다고 봐요. 다만, 말하기 시험이 없기 때문에 회화능력과는 전혀 무관한 것 같아요” 김해연 씨도 말한다. “900점 이상의 점수를 가졌다면 분명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겠죠. 하지만 약간의 점수 차이는 시험에 얼마나 성의를 보이는가에 따라 나타나는 것 같아요”

제도권 영어 공부 vs 자기만의 방식
우리는 우리말을 익힐 때 한글 문법부터 배우지 않았다. 엄마가 하는 말을 ‘듣고’, 옹알옹알 따라 ‘말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제도권 교육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은 이와 다르다. 읽기, 쓰기를 먼저하고 말하기는 이후 단계에서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나중엔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진식 씨는 스스로를 ‘제도권 교육의 전형적 산출물’이라고 표현한다. “이젠 말을 하려고 하면 문법부터 머릿속에 떠올라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더듬거리게 되더라고요”

반면, 김해연 씨는 어릴 때부터 영어말하기 대회에 여러번 참가했다. 팝송을 듣고, 드라마 대사를 보고 따라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노랫말은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이 많아요. 그래도 영어가사가 어떻게 한국어로 번역되는지 살펴보는 게 흥미로웠어요” 김해연 씨는 일본어도 이런 방법으로 습득했다. 우리말과 어순이 같은 일본어를 습득하기까지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김해연 씨는 휴학을 하고 50일 동안 일본 드라마만 봤다. 너무 재밌어서 수십 번 돌려봤다. 어느 순간부터 무슨 뜻인지 알고 대사를 외우게 됐다. 그때부턴 자막을 빼고 봤다. 김해연 씨는 일본어로 웬만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JPT 점수는 만점과 거리가 멀다. “한자와 문법에서 점수가 덜 나와요. 귀가 트인 다음, 학원에 가서 문법을 배웠는데 학원 선생님도 황당해 했죠. 다 알아듣고 말도 하는데 쓸 줄을 모르니...(웃음)”

지속적인 노출 환경이 중요
김해연 씨는 외국어에 자신을 자주 노출시키며 귀를 먼저 뚫리게 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효과를 봤던 방법을 추천했다. 마음에 드는 배우의 출연작을 찾아보고 흥미 있는 작품을 여러 번 시청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 귀가 열리게 될 것이라는 그녀의 말을 믿어보자.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제한적인 문장들만 알게 되는 것이니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찰나, 그녀가 웃으며 얘기한다. “혹자는 ‘<프렌즈>를 봤더니 일상생활에 나오는 단어만 쓰더라’, ‘<프리즌 브레이크>를 봤더니 특수한 단어만 나오더라’, ‘<섹스앤더시티>를 보니 야한 단어만 나오더라’ 그러는데, 사실 그거라도 알게 되는 게 어디에요?(웃음)”
기왕지사 해야 하는 외국어 공부라면 그녀처럼 ‘재미있게’, ‘지속적’으로 접해보자.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