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09년 회원국 사회지표’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50분으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짧았다. 같은 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선 한국 청소년의 평균 수면시간이 중학생 7시간 38분, 고등학생 6시간 31분, 대학생 이상 7시간 31분이었다. 업무, 학업 등이 적은 수면시간의 이유로 꼽힌다. 그렇다면 과연 잠을 적게 자는 것은 효율적인 방법일까.
 
수면경제학(Sleeponomics)은 수면과 경제적 비용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학문 주제다. 수면욕이 과하면 일상을 효율적으로 영위하는데 어렵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수면경제학에 따르면 역으로 수면시간을 억지로 줄이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수면부족의 경제적 손실 사례로 학습 능력의 저하를 꼽을 수 있다. 전날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 눈은 칠판을 보면서도 머리가 ‘멍’한 경우가 잦다. 이는 새로운 기억의 생성과 유지에 필요한 뇌의 해마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는 기억 능력 감소로 이어져 학업 전반의 성취도를 떨어뜨린다. 다음으로 업무 상 부주의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다. 엑손발데즈 호의 기름 유출 사고, 체르노빌 원전사고 등은 담당자의 수면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수면재단에 따르면 수면 부족으로 인한 연간 노동 생산성 손실 비용이 약 18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수면을 취하는 것이 적당할까. 전문가들은 ‘충분한’ 수면시간은 보통 7시간에서 8시간 사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수면리듬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잠자리에 들면 뇌는 선잠(Rem Sleep)과 숙면(Non-rem Sleep)을 1시간 반 주기로 거치는데 최소한 3번의 주기는 거쳐야 맑은 정신과 상쾌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대학생의 경우 오후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 가볍게 선잠을 자는 것도 좋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낮잠은 업무능률을 35% 향상시킨다. 30분을 넘기지 않는 범위에서 낮잠을 잔다면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30분 이상을 넘기면 숙면 주기에 들어가 억지로 눈을 떠야 하기 때문에 졸음이 남는 역효과가 유발된다. 

잠을 잘 자는 것은 개인에게도 사회․경제적으로도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회사 입장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낮잠을 권장하는 경우도 있다. 구글은 근무 시간의 20%를 낮잠 시간으로 지정해 수면실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비즈니스위크지는 2010년 9월 6일 자 기사에서 “갈수록 많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낮잠을 권하고 있다”며 “생산성 감소로 인해 매년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보기보다는 차라리 업무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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