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훈 경상대 교수·경제학과
제19대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19세 이상의 우리 국민은 누구나 이번 총선에 참여하여 투표할 권리 즉 투표권을 갖는다. 투표할 권리는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권리로서, 납세와 같은 국민의 의무에 대칭되는 개념이다. OECD(2011)의 <사회지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투표율은 OECD 평균(70%) 보다 한참 낮은 46%(2008년 총선)로서, 34개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 투표권자의 약 43%를 점하는 30대 이하의 낮은 투표율에 기인하는 바 크다. 2008년 총선의 경우, 군복무 비중이 높은 20대 전반 이하(33.0%)를 제외하면, 투표율은 60대 이상(65.5%)에서 50대(60.3%), 40대(47.9%), 30대 후반(39.4%), 30대 전반(31.0%), 20대 후반(24.2%)으로 연령이 내려갈수록 낮아진다. 이와 같은 연령별 투표율 격차는 다른 OECD 회원국들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청년층의 낮은 투표율로 인한 문제점은 무엇일까? 이는 무엇보다도 투표의 등가성이 훼손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총선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은 우리나라의 법을 제정하고 예산을 심의하며 국정을 감사⦁조사하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 총선 투표권을 다르게 말하면 국회의원 ‘임명권’이다. 만약 청년층의 투표율이 0이라면 임명권을 다른 연령층에 백지위임하는 셈이며, 농민의 투표율이 0이라면 임명권을 도시민에게 일임하는 셈이 될 것이다. 실제로 2008년 총선에서 20대는 투표권자의 19.0%를 점하면서도 투표자의 11.5%에 그친 데에 반해, 60대 이상은 투표권자의 18.6%를 점하면서도 투표자의 26.3%에 달했던 것이다. 예산 등 주요 사안이 국민의 가치판단과 선호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가장 바람직한 이상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회⦁경제⦁인구학적 계층의 투표율이 현저히 낮다면, 이는 그 계층의 정치적 소외에 해당하며 민주주의의 이상을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 할 것이다.

청년층의 투표율이 이렇게 낮은 까닭은 무엇일까? 경제학적으로 말해, 투표로부터 얻는 편익(B)이 투표에 수반되는 비용(C)보다 크면 투표에 참여하게 된다. 우선 C로는 투표장까지의 교통비와 투표에 수반되는 시간의 가치를 들 수 있겠다. B로는 우선 B1, 즉 자신의 후보가 선출됨으로써 얻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아파트 값 상승이나 공짜급식, 반값등록금 등의 현실적 가치가 있다. 또한 B2, 즉 국민의 일원으로서 투표라는 정치행위에 참여하여 얻는 정신적 가치도 B에 포함된다. 그리고 B3, 즉 자신의 후보가 선출되어 진전될 것으로 기대되는 보수 혹은 진보, 국방, 통일, 핵무장, 환경, 성평등 등의 도덕적 가치도 B의 주요 구성요소라 하겠다. 그렇다면, 청년층의 투표율이 노년층보다 낮은 까닭은 그들의 순편익(B1+B2+B3-C)이 노년층보다 작기 때문일 것이다.

독립적 경제단위로 완전히 분화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층의 B1은 노년층보다 작을 수 있다. 또한, 납세라는 의무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참정권 행사의 욕구가 강하지 않은 청년층의 B2는 노년층보다 작을 가능성이 있다. B3에 대해서는 청년층과 노년층의 차이를 선험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청년층의 C는 노년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청년층의 낮은 투표율은 대체로 B1과 B2가 작은 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청년층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투표의 편익 중 화폐로 환산되기 쉬운 B1만을 고려한다면, 투표의 순편익(B1-C)을 높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해결책은 아마도 화폐로 환산되기 어려운 B2와 B3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이 보는 투표의 순편익(B1+B2+B3-C)이 증가함에 따라 청년층의 투표율도 높아질 것이다.

최근 트윗과 페이스북 등 SNS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후보선택에 따르는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투표 인증샷’ 등을 통해 투표참여의 집단윤리적⦁정신적 보상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투표의 정신적 가치인 B2가 청년층에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특정 계층의 투표권을 획득하기 위해 프랑스혁명, 흑인민권운동, 여성 참정권과 재일교포 참정권을 위한 투쟁 등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했던가에 대한 청년층의 역사인식이 높아질수록, B2도 그만큼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덕적 가치인 B3의 크기는 자신의 투표가 후보의 당락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좌우확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한 개인이 좌우확률을 현저히 낮게 평가한다면, 보수-진보-국방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한 그의 가치가 매우 높다 하더라도 그의 B3은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좌우확률이 노년층에 비해 청년층에서 더 낮은 것인지를 선험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떤 메카니즘을 통해 좌우확률이 청년층에서 높아질 수 있다면, 혹은 투표를 통해 자신이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를 위한 장기적⦁누적적⦁선언적 의사표시를 하는 데에서 보람을 느끼며 좌우확률에 연연하지 않는 청년이 늘어난다면, B3가 그만큼 더 증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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