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중에서 도쿄대 탐방 팀에 속해 도쿄대의 유학생 세 명을 만났다. 인터뷰 약속시간보다 2시간 정도 먼저 가 도쿄대를 둘러봤는데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교수로 보이는 여성이 모피 코트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자전거를 많이 탄다는 것은 그렇다 치고, 모피 코트의 여인과 자전거의 모습은 무척 생경했다. 우리나라에 자전거 문화가 확산된다 해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는 교수가 몇이나 될까.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는 교수님 한 분이 번뜩 떠오르긴 했지만 그분은 일본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분이셨다.
상상을 뒤로하고 인터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지진과 방사능에 대한 불안을 안고 학업을 이어나가는 유학생들의 모습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한 학생은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느냐는 물음에 “아직 공부를 끝마치지 않아 다 마치고 돌아가고 싶다”라고 답했다. 21살의 학부생으로서 이제 막 전공 공부를 시작한 나로서는 어마어마한 대답이었다. 불시에 찾아오는 퀴즈 때문에 마음 졸이고 중간고사 준비로 헉헉대는 나의 미래에 그런 ‘어마어마함’이 존재할지 의문이 들었다. 프랑스로의 교환학생을 꿈꾸기는 하지만 생명을 담보로 할 만큼의 간절한 무언가가 나에게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일본의 열악한 상황은 오히려 그녀의 열정과 의지를 시험해볼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열정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고, 평생에 자신을 시험해볼 기회를 얻은 것도 어쩌면 행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을 다녀온 지 두 달이 흘렀다. 평소 보고 싶었던 미술작품도 두루 보았던 여행이었지만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건 그 언니의 말 한마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