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자. 저쪽 절대 보지마” 냉랭한 목소리가 뒤를 돌아보게 했다. 총학생회가 2012년 교육투쟁을 발표하던 날이었다. 총학생회와 학생 대표자들이 마이크에 대고 ‘교육투쟁’이라는 말을 시작하자마자 뒤편을 지나가던 한 여학생이 내뱉듯이 말했다. 대놓고 싫다는 그 말에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학교를 시끄럽게 하는 저들의 행태가 싫다는 얘기였다. 그 학생의 주변 친구들도 수긍했는지 홀연히 자리를 떠나버렸다.

새 학기의 시작이 언제나 그랬듯 지난 3월의 민주광장도 매일이 요란스러웠다. 학생대표라는 이들은 거의 매 쉬는 시간마다 성명발표, 기자회견, 공동행동 등의 이름으로 마이크와 확성기를 들었다. 소란스러움이 더해질수록 관심 없는 학우들과 관심을 호소하는 학생들 사이의 벽은 자꾸만 두터워지고 있는 듯 보였다.

마이크를 든 학생들은 관심 없는 일들에 단결하자고 한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으면서 목소리만 높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 청춘의 패기라고 하기엔 너무하다 싶을 때도 있다. 벽의 두께를 한쪽에게만 탓할 순 없지만 있던 관심도 끊어버리게 만드는 건 그쪽 탓이 아닌가.

이번 총선에선 정당들이 앞 다투어 2030 대표를 내놓았다. 대학생의 이목을 끌었지만 결국 그 정도의 관심이었다. 2030세대 전체가 아닌 정당의 깃발에 따라 정치적 길을 달리했다. 후보로 나선 이들 중엔 거리에서 마이크를 쥐고 오히려 벽을 두껍게 만든 이들도 여럿이었다. ‘패기와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세상을 모르고 신뢰도가 떨어진다’가 그들에게 내려진 거친 총평이었다.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이 이틀 뒤로 다가왔다. 투표를 하는 20대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표를 얻은 20대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어린 패기를 넘어 치밀한 논리와 적확한 계획만이 현실을 바꿀 것이다. 3월의 캠퍼스는 지났고 4월의 캠퍼스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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