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 : “우리가 우습지? 우리 내시들. 솔직히 다 비슷해 보이니까. 근데, 나도 당신이 우스워. 이유는 똑같애. 개성이 없어, 개성이. 어사가 좀 많아? 성공하려면 말이야, 어사라는 직책 위에 뭔가 개성이 있어야 돼. 뭐랄까, 그 사람만의 어떤 이야기랄까?”

송새벽 : “왕실은 진짜 미담 좋아해, 가만 보면. 별 거 아닌데도 벼슬 막 내리고.”

이몽룡 : “미담이라…….”

영화 <방자전> 中

2000년대 후반에 들어 대세로 떠오른 ‘스토리텔링’. 문화생활을 즐기는 대학생들이라면, 아니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대부분 한 번쯤은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최근에는 ‘면접 스토리텔링’이나 ‘스토리텔링 프레젠테이션’과 같은 단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심지어 4월 총선에서는 여러 후보들이 자신의 인생역정을 스토리텔링하며 유권자들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스토리텔링은 무엇이고, 도대체 어떤 힘을 가졌기에 대한민국이 온통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

문화콘텐츠의 원천, 스토리
문화콘텐츠 산업에서는 다양한 매체들이 활용가능한 원천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커졌다. 이에, 그 자체뿐만 아니라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가 가능한 원천으로서 스토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토리텔링이란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콘텐츠를 매체의 특성에 맞게 창작해내는 것이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의 감성을 움직이는 것이 스토리텔링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종류
스토리텔링은 크게 엔터테인먼트 스토리텔링과 인포메이션 스토리텔링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스토리텔링 산업에서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소설, 만화, 드라마, 게임, 공연 등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스토리텔링이다. 엔터테인먼트 스토리텔링은 서사성이 강하고 하나의 원천을 다른 산업과 다양하게 연계하기에 유용하다. 예를 들어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대장금>의 경우 드라마가 성공한 뒤 OST 음반이 발매됐고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상품으로도 제작됐다. 또한 뮤지컬로도 재탄생했으며 촬영지와 세트장을 관광지로 개발해 순이익만 120억원 이상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어진 정보를 가공하고 편집해 이야기로 만들어 전달하는 인포메이션 스토리텔링은, 최근 박물관이나 미술관, 지역 축제와 관광지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전시 공간 같은 경우 유물들을 하나하나 엮어 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등 스토리텔링을 바탕에 둔 전시를 구현하고 있다. 이미 유명세를 탄 제주도 올레길의 경우도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스토리텔링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경향
프랑스 생수 브랜드인 ‘에비앙’은 세계 최초로 물을 상품화했다. 물을 사 먹는다는 인식이 없었던 그 시절에 생수를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에비앙의 생수가 ‘단순한 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병으로 고생하던 한 귀족이 에비앙의 생수를 마시고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에비앙’을 단순한 물이 아닌 ‘약’으로 인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최근 가장 급속히 떠오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경향은 문화산업을 넘어 에비앙의 사례처럼 상품, 브랜드, 광고 등에 이야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현대 소비자들이 더 이상 물적인 상품가치를 보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담긴 이야기와 이미지를 소비하는 추세가 생겼기 때문이다.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혹은 인포메이션 스토리텔링과는 달리, 특정 대상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종류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