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언제나 우리에게 설렘을 안겨다줍니다. 대학 새내기의 캠퍼스 라이프부터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까지……. 우리 모두가 겪었듯이, ‘처음’이 전해주는 두근거림은 일상의 작은 것조차 특별하게 바꿉니다. ‘처음’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첫사랑입니다. 당신에게 첫사랑은 어떤 사랑이었나요? 그 어떤 사랑이어도 좋습니다. 지금 머릿속에 누군가 떠오른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첫사랑을 해본 사람이니까요. 화사한 봄날, 두근거리는 당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같이 있으면 용기낼 수 있었던, 나와 달랐기에 더 좋았던 첫사랑”
사범대생인 A씨는 재수학원에서 첫사랑을 만났습니다. 전형적인 모범생으로 여고를 졸업했던 A씨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하는 그 사람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고 합니다. 게다가 재수를 결심한 시점이라 공부에 집중하자는 의지가 강했고,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고 싶지도 않았기에 마음을 열기가 더욱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9개월여 간의 재수 생활동안 세 번이나 고백하며 다가온 그 사람의 진심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제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기도 하고, 여러 번 거절하기도 했는데도 저를 향한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을 보니 감동적이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더라고요”

▲ 일러스트 | 이민지 전문기자

첫사랑을 만나며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과 그 이상의 차이를 알게 됐다는 A씨는 “좋아하는 것은 보이는 모습에 의해 좌우되곤 하는데 사랑은 사랑하는 느낌 그 자체로 행복해지는 감정”이라며 웃었습니다. 재수를 시작할 때의 A씨는 수줍음 많은 성격이었습니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착한 딸로 살아왔고 학교에서는 조용한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첫사랑과 함께 자습을 빠지기도 하고,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고 놀러가는 ‘패기’있는 판단을 하기도 했습니다. 첫사랑 때문에 재수생으로서 의지가 흔들리기도 했고, 수능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그녀에게 첫사랑의 기억은 풋풋하게만 남아있습니다.

“순정만화에서 나온 듯 긴 생머리와 사슴 같은 눈망울의 첫사랑”
학원가 건너편 여중의 축제에 놀러갔던 남중생 B씨는 친구의 교회 친구였던 첫사랑을 만났습니다. “긴 생머리와 똥그랗게 큰 눈이 인상 깊었어요. 친구였지만 작은 일에도 잘 웃는 모습이 자꾸만 생각났죠” 그 또래의 남자 아이들이 그렇듯 관심의 표현으로 짓궂은 장난을 치고 괜히 퉁퉁거렸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문자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진동은 휴대전화뿐만이 아니라 그의 마음까지 흔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문자를 주고받던 어느 날, B씨는 첫사랑에게 자신이 다니던 학원을 상당히 과장해 칭찬했습니다. “어디 학교 전교 1등이 다닌다는 둥, 성적이 오른 애들이 많다는 둥 학원이 정말 좋다며 얘기해댔죠. 그 아이가 저와 같은 학원에 등록하게 하려고요” 결국 B씨는 첫사랑과 함께 학원을 다니게 됐고 자습 시간에 반을 옮겨 같이 공부하는 일, 수업이 끝나면 함께 시내를 활보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비가 많이 오던 날 우산이 없던 여자친구를 위해 한참을 걸어 데리러가기도 했습니다.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에 펄럭거리는 교복 바지가 흠뻑 젖었지만 그녀와 한 우산을 쓰고 학원에 가던 길은 참 행복했습니다. “시험기간에는 여자친구가 정성스럽게 포장한 선물을 줬어요. 풀어보니 꼼꼼히 필기된 요점정리 노트였는데 정말 감동이었죠”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아가며 예쁘게 사귀었지만 학원에서 매일 보다보니 오해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다른 남학생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나 남자 선생님께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는지 갈등이 잦아졌고 결국은 헤어지게 됐습니다. 연락을 안 한 지 7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까지 그 요점 노트를 버리지 못하고,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의 뒷모습을 보면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인디밴드의 음악만큼 달콤새콤한 첫사랑”
학교 동아리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C씨에게 첫사랑은 달콤한 기억입니다. 학기 초 돌아온 복학생 선배들과 함께 동아리 엠티를 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막 새내기를 벗어난 저는 선배들이 어려웠는데, 한 선배가 저를 계속 챙겨주더라구요” 낯선 선배의 호의에 C씨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내심 고마웠습니다. 엠티 이후 그 선배와 그녀는 서로 안부를 챙겨주는 사이가 됐습니다.

중간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어느 늦은 새벽 도서관 앞에서 얘기를 나누던 C씨와 선배는 좋아하는 가수가 같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밴드였기에 더 특별히 느껴졌던 우연은 사랑의 큐피드가 됐습니다. 며칠 후 선배는 C씨에게 이 노래를 들어보라며 휴대전화를 건넸습니다. “어반 자카파의 ‘커피를 마시고’였어요. 처음 들었는데 듣자마자 좋아져 매일 들었죠” 하루는 동아리 모임이 끝날 때 그 노래를 흥얼거리던 선배가 ‘커피나 마실래’라고 물어왔습니다. 그때부터 그녀와 선배는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엔 이어폰을 한 쪽씩 끼는 사이가 됐고 지금도 C씨와 선배는 달달하게 사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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