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들에게 사회는 어떤 공간일까. 자신을 드러낼 수 없고 주변사람들에게 고민을 토로하기도 어렵다. 어쩌면 정신적으론 철저하게 혼자 고립될 수 있다. 이에 그들은 그들만의 공간을 형성하며 서로 소통해나가고 있다. 본교 중앙동아리엔 ‘사람과 사람’이라는 성소수자 모임이 있다. 본교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교엔 이처럼 그들의 사회가 존재한다. ‘사람과 사람’ 회원 나디에(가명) 씨와 이화여대 성소수자 동아리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변날)’ 회원 보리(가명) 씨를 만나 대학 내 이들의 사회에 들어 가봤다.

공동체로서의 공간
나디에 씨는 성정체성을 깨달은 이후부터 자신이 속한 수많은 공동체에 늘 배제된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렇기에 동아리에서 사람들과 무엇을 공감하는 경험은 처음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생각한 것을 왜곡시키거나 감추지 않아도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이 존재함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녀는 “밖에선 이성애자인척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숨죽여 우는 비참함, 세상에 홀로 있다는 외로움은 커밍아웃을 할 때의 두려움보다 크다”며 “동아리는 내게 소통의 기회를 주는 공동체”라고 말했다.

정체성과 일상의 합치
나디에 씨는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영화제, 퀴어가이드 제작에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넘어 자신을 마주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친구, 연인, 가족, 진로 등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말할 일상적 환경이 조성됐다. 이전엔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다른 사람과 거리 두는 법만 배웠던 것 같다며 덧붙였다. 그녀는 “동아리 내 모든 활동들은 나의 정체성과 일상을 하나로 일치시켰다”며 “이를 통해 심리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형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적 시선을 재확인하다
보리 씨는 대학 내 동성애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설명했다. 여느 사회와 마찬가지로 대학 사회에서도 이들에 대한 혐오감이 존재했다. 특히 기독교 동아리와의 마찰이 심했다고 전했다. ‘변날’의 무지개 걸개가 이들에 의해 찢겨지는 것은 흔한 일이었고 한 번은 걸개 도난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학교 전체 회의를 거쳐 해당 기독교 동아리가 중앙동아리에서 제명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런 상황은 ‘변날’의 아웃팅(outing)에 대한 경계로 이어졌다. 그녀는 “레즈비언 문화제는 1년 중 가장 큰 동아리 행사지만 무지개 걸개 설치 등 모든 준비 작업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된다”며 “회원들의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밝혀지는 상황에 대해 가장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상과 소통하다
‘변날’은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서 오픈부스를 설치하게 되면서 새로운 전환을 맞았다. 오프라인 상으로 ‘변날’의 이름을 걸고 공식행사에 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여성단체, 성소수자단체, 정당 산하 성소수자 위원회 등과 ‘무지개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연대해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등 사회참여도 활발히 해왔다. 개인끼리 소통하는 공간을 넘어 이들 사회가 세상과 소통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보리 씨는 “10여 년 간 학내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과 사업을 진행해 타 대학보다 성적 소수자를 보는 분위기가 관대해졌다”며 “앞으로도 성소수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인권운동과 투쟁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람과 사람’은 1995년 발족된 동아리로 2003년 중앙동아리로 공식 인준됐다. 이들은 매년 <퀴어가이드>라는 책자를 제작하고 비정기적으로 세미나와 영화제, 상담프로그램을 연다. 타대학 성소수자 동아리와 교류하며 친목을 도모한다. 남성의 비율이 더 높은 편이지만 여성도 상당수 가입해있다. 동아리 참여에 관해선 개인 자율적인 선택으로 이뤄진다. ‘변날’ 역시 이와 비슷하다. 매년 레즈비언 문화제를 개최해 사진전과 영화제를 열고 <커밍아웃>이라는 잡지를 발행한다. ‘변날’ 동아리 회원 중엔 적은 숫자지만 이성애자도 포함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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