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가수 박진영이 출연했다. 그는 시간과 싸우는 사람이었다. 밥 먹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17년 동안 똑같은 식단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옷을 빨리 입기 위해 드레스룸의 옷을 종류별로 세밀하게 분류했다. 그가 이렇게 시간을 아끼며 사는 이유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제작진이 그에게 사진기를 선물하자 그는 “40년만에 처음으로 갖는 사진기”라며 감동했다. 이어 MC들이 “여태껏 사진기도 하나 없었냐”라고 묻자 그의 대답이 일품이다. “바빴어요”

요즘 정치권도 참 바쁘다. 다만 국민을 실망시키면서 바쁘다. 새누리당 이준석 비대위원은 트위터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목을 벤 만화를 게재해 논란이 됐다. 이 위원은 부리나케 문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하고 직접 찾아가 머리를 숙였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느라 바쁘다. 그러나 특정계파의 ‘독식’ 그리고 ‘야합’이라는 말이 나오며 국민의 눈을 찡그리게 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정말 바쁘다. 요즘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비례대표 경선 부정선거와 관련해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대립이 극심하다.

같은 ‘바쁨’이라도 격이 다르다. 힐링캠프 시청자들은 박진영이 팬의 사랑을 받기 위해 기울인 진짜 노력을 느꼈기에 그의 바쁨에 공감했다. 반면 정치권이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허겁지겁하는 모습에는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을까.

사실 나도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최근 습관처럼 나오는 이 말로 내 팬을 실망시켰다. 나는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선물은 커녕 카네이션 한 송이, 손수 쓴 편지 한 장 드리지 못했다. 그저 저녁 늦게 전화한통 걸어 “오늘 너무 바빴어요”라는 말만 되뇌었을 뿐이다. 소설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마라. 최선이란 자기의 노력이 스스로를 감동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쓸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최선’이란 말이 ‘바쁨’과 치환된다. 스스로를 감동시키는 바쁨이 팬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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