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일상을 쳇바퀴에 비유한다. 작은 햄스터처럼 일상이라는 쳇바퀴에 올라가 열심히 뛰지만 우리의 위치는 항상 그대로다. 가끔은 좋아서 뛰는지 쳇바퀴를 굴리기 위해서 뛰는지 의문이 든다. 굴려야 돌아가는 일상에 지칠 때 ‘여행’은 누구에게나 돌파구가 돼준다.

매일 마주하는 하루와 잠시 떨어지고 싶어 제주에 갔을 때 일이다. 제주에 가서 평생 제주 땅을 벗어나 본 일이 거의 없는 토박이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이렇게 아름다운 제주에 살아서 정말 행복하시겠어요”였다. 들떠있는 나의 목소리와는 달리 대부분 시큰둥한 대답이 돌아왔다. 처음엔 ‘매일 아름다움과 마주하니 이제 익숙하겠지’라고 생각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러 평생 봐도 지겹지 않을 듯 자연을 마주하자 그 시큰둥함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이런 자연을 눈앞에 두고도 무뚝뚝할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이 사람들의 굴려야 돌아가는 쳇바퀴에 내가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의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고 있던 나의 모습에 잠시 허탈해졌다.

여행은 나의 일상을 피해 남의 일상으로 잠시 들어가는 것이다. 지루하긴 매한가지인 일상에 불과한데 느끼는 감정은 양 극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새로움과 설렘의 차이일거라 추측하지만 마음의 차이일거라는 결론에 닿고 만다.

잠시 떨어져있다 돌아온 탓인지 아직 일상이 쳇바퀴처럼 굴러가진 않는다. 나의 일상을 옆으로도 보고 거꾸로도 봐서 여기저기 흩어진 예쁜 구석을 끄집어 내보려한다. ‘어쩌면 자신의 일상을 피해 나의 하루로 들어와 행복해할 사람들도 있겠지’라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매일 지나쳐도 떠올리려면 희끗한 부분까지 자세히 보고, 작은 것에도 설레다보면 나의 일상에서도 남의 일상에서 찾았던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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