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데 이유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막연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에 대한 호불호(好不好)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유권자는 후보의 정당과 정책, 선거공약보다 개인적인 이미지를 중시해 지지후보자를 결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정치인에게 이미지는 생명이다. 고대생은 유력대선주자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고대신문이 유력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박근혜 前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이미지에 대한 심층 그룹인터뷰(FGI·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미국의 여성리더에 미쉘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이 있다면 대한민국엔 이 사람이 있다. 새누리당이 위기에 처할 때 마다 전면에 등장해 당을 구원하는 원더우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선거의 여왕, 유신의 딸, 수첩공주, 발끈해 등 그를 수식하는 별명만 수십 가지다. 본교생에게 박 前 위원장은 어떤 이미지일까? 본교생의 지지를 받기 위해선 어떤 이미지 전략을 펼쳐야 할까? 다양한 지역 출신의 본교생 5명에게 직접 들어봤다.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이미지 호감도에 따라 가명(나호감․최고야, 정몰라, 박시로․안조아)을 붙였다.

출신 지역과 부모 고향이 이미지에 영향
지난 19대 총선결과에서도 나타나듯 20대라고 해도 여전히 지역별로 정치적 성향이 두드러진 편이다. 이런 성향은 정당별 후보의 이미지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 좌담의 참석자는 본인의 출신 지역은 물론 부모 고향도 고려해 선정했다. ‘부모의 출신지역이 자녀의 정치적 성향, 인물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족에 의한 정치사회화 이론을 고려했다. 실제 좌담에 참석한 학생들 모두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안조아(여·20) 씨는 “부모님과 저의 고향이 광주인데, 학생이 잘못을 하면 선생님이 ‘이런 한나라당 같은 놈’이라고 했어요(일동 웃음). 박근혜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감이 있다는 걸 부인할 순 없어요”라고 말했다. 반면 자신은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부모가 경상도 출신이라는 나호감(남·26) 씨는 “새누리당 지지자인 부모님의 영향을 무척 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 출신, 제주 출신 부모를 둔 학생들은 “특별히 말씀하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석자 모두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견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정책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대선에서 표(票)를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 정현정 전문기자
그림으로 알아본 박 전 위원장의 이미지

그림으로 알아본 박 전 위원장의 이미지

 

그림으로 알아본 박 전 위원장의 이미지이들은 사전에 ‘박근혜’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Top of mind)에 대해 그림을 그려왔다. 한 사람 씩 그림을 보며 설명했다.<그림참조> 박 前 위원장에 호감을 표한 최고야(여·20) 씨는 “박근혜는 청렴하고 강인해보여 좋아요”라고 말했다. 박 前 위원장을 싫어한다는 안조아 씨는 “입장 표명은 하지 않으면서 눈치만 살피던데요”라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이 좋지도, 싫지도 않다는 정몰라(여·22) 씨는 “2004년 한국갤럽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 1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뽑혔어요. 좋아하는 왕의 딸인 공주 박근혜에 대해 국민들이 정서적 호감을 갖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19대 총선 결과가 가져온 변화
박 전 위원장은 올해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대부분 새누리당의 참패를 예상했지만, 새누리당이 과반을 확보하면서 박 전 위원장의 정치적 권위가 더욱 높아졌다. 이에 대해 참석자 대부분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안조아 씨는 “온실안의 화초인 줄만 알았는데 ‘아버지의 힘만은 아니구나, 뭔가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나호감 씨는 “더욱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뀌었고 국민에게 강인한 이미지를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때 정몰라 씨가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총선 때 까지만 해도 굉장히 이미지가 좋았는데, 최근에 박 전 위원장의 경제교사인 이한구 씨가 원내대표, 친박 성향인 황우여 씨가 당 대표가 되면서 새누리당이 박근혜 사당화(私黨化)되고 있어요. 지금 이렇게 나가면 아버지의 독재 이미지가 덧씌워질 거예요”

야권 유력 대선주자와의 이미지 비교
박 전 위원장은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예비경쟁자인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앞서고 있다. 참가자 대부분은 박 전 위원장이 문 고문과의 이미지 싸움에서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몰라 씨는 “박근혜 씨가 반(反)MB 이미지를 선점했기 때문에 문재인 씨는 내세울 대표 이미지가 없어요”라고 했다. 그러나 안 원장과의 이미지 구도에서는 뒤쳐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박시로(남·25) 씨는 “박근혜는 안철수가 가진 ‘새로운 인물’의 이미지가 없어 대학생의 지지를 못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몰라 씨는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민생’일 텐데, 공주·로얄(loyal)적인 이미지인 박근혜보다는 안철수가 민생과 가깝다고 생각해요. ‘무릎팍 도사’를 한번 보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나호감 씨가 반대의견을 냈다. “아니죠, 오히려 박근혜가 민생에 더 가깝죠. 안철수는 학자, CEO의 길을 걸었어요. 민생과 전혀 관계없지요. 반면 박근혜는 정치전문가로서 경험과 연륜으로 민생을 다룰 것 같아요” 그러나 참가자 전원은 ‘많은 대학생들이 안 원장은 미래형 지도자, 박 전 위원장은 과거형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을 것’이란 의견에 공감했다.

평소에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옷을 입을까
평가 주제를 더 좁혀봤다. 이때부터 참가자들 간에 공감의 목소리가 커졌다. ‘박 전 위원장은 평소에 어떤 음식을 먹을까?’ 라는 질문에 최고야 씨는 “집안에 요리사가 있어 특급식단을 만들어줄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참가자가 동의했다. ‘박 전 위원장이 집에서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 라는 질문엔 박시로 씨가 “박근혜가 반바지 입은 모습이 상상이 안돼”, 나호감 씨가 “집에서도 정장을 입고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고야 씨와 나호감 씨는 박 전 위원장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지지층에게도 서민적 이미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음식에 비유하니 비슷한 이미지 나와
이번엔 박 전 위원장을 음식에 비유해봤다. 재밌는 비유가 많이 나왔다. 나호감 씨는 박 전 위원장을 ‘궁중떡볶이’에 비유했다. “‘궁중’이라고 하면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먹으면 뭔가 더 필요한 것 같은 느낌?, 빨간 떡볶이가 생각난다”고 답했다. 박시로 씨는 ‘설렁탕’이라고 답했다. “설렁탕이 뿌옇잖아요? 박근혜의 속마음을 보는 것 같아요” 정몰라 씨는 ‘한우갈비’에 비유했다. “혈통 좋고 정통성은 있는데 수입산으로 의심받기도 하고 돈 있는 사람들만 즐겨 먹는 이미지에요” 나호감 씨가 한 번 더 나섰다. “팔보채요. 이름은 진짜 많이 들어봤는데 실제로 먹어본 사람은 많이 없잖아요. 박근혜 씨도 실제로 겪어본 사람은 많이 없다면서요” 4가지 음식 비유에는 참가자 모두가 공감했다.


박근혜 선거캠프 광고기획자라면
그렇다면 박 전 위원장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려면 어떤 광고를 내보내야 할까? 정몰라 씨는 대학생 공략법을 제안했다. “대학생은 개인·자유를 추구하는데 박근혜 씨는 공동체·국가·획일적인 이미지예요. 대학생이 추구하는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는 캐치프레이즈가 청년 세대에 어필할겁니다” 어딘가에서 “손학규 前 민주당 대표처럼 민생탐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여기저기서 반발이 빗발쳤다. “몸으로 뛰는 건 박근혜 이미지랑 전혀 안 어울려. 오히려 역효과 날거야”, “민중 속의 박근혜는 이상할 것 같아” 이때 안조아 씨가 나섰다. “여성이니까 대학생의 고민을 어머니처럼 들어주는 모습은 어떨까요? 또 광우병 논란이 있으니까 어머니가 자녀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해주기 위해 깐깐하게 장을 보는 것처럼, 소 검역을 철저하게 따지는 모습의 광고도 좋을 것 같아요” 정몰라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외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화가 났다며 “서민 이미지를 만들 수 없다면, 세계열강에 굽실거리지 않는 이미지를 더 부각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아버지 박정희의 치적을 없애기 보다는 박정희의 장점을 잘 포장해서 부각하는 방향이 우리 엄마에겐 먹힐걸요?”, “로열(loyal)한 이미지를 버릴 수 없다면 드라마 ‘더킹’에서 왕의 어머니가 사회봉사 하는 것처럼, 국모 느낌을 강조해 보는 건 어떨까요?” 등 톡톡 튀는 콘티들이 나왔다.

FGI(심층 그룹인터뷰)란?

FGI(심층 그룹인터뷰)란?
심층 그룹인터뷰(FGI·Focus Group Interview)는 연구 대상자, 즉 심층 그룹인터뷰 참여자의 특정 목표대상에 대한 지각 및 인지의 과정과 결과를 이들의 진술을 통해서 이야기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정성조사의 대표적인 조사방법이며 동기나 태도, 가치 및 욕구를 심층적으로 탐색하고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참여자 간의 심층적인 대화를 녹취와 관찰을 통해 분석·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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