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역시 다문화 범주에 속하지만 다문화를 생각했을 때 바로 떠올리기는 어렵다. 그들은 다른 다문화 가정과 같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까. 아니면 그들만의 다른 어려움이 있는 걸까. 북한이탈주민인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박은아 사무국장(연세대 정치외교)을 만나 그들의 실상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 탈북 전 한국은 본인에게 어떤 존재였나
“북한 어린이들은 3살부터 단체 조직생활을 하게 되며 그때부터 미국과 한국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다.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이며, 매우 가난해 거리에 거지와 창녀들이 득실하다고 배웠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매우 불쌍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중국으로 탈북한 후, 한국은 아주 발전한 나라이며 심지어 중국보다 더 앞선 국가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음악과 드라마를 통해 한국문화를 접하며 한국은 동경의 대상이 됐다”

- 한국에 정착 후 가장 좋았던 기억은
“한국인들이 보기엔 소박하겠지만 여권을 받은 것이 가장 기뻤다. 북한에서 외국여행은 꿈 도 꿀 수 없었고 국내 이동도 여행증이 있어야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동의 자유를 넘어 여권은 내게 상징적이다. 대한민국이 나를 국민으로 인정해줬다. 중국으로 탈북했을 때 불법체류자로 낙인찍혀 3번이나 북송을 당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누군가에게 여권은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는 이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했다”

▲ 박은아 씨가 소속된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의 북한인권증진활동. 사진출처 |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홈페이지

- 탈북자 사회적응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적응 교육은 하나원에서 받는 것이 전부다. 개인적으로 하나원에서 가르치는 지식은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현장실습보다 주입식 교육으로 이뤄진다. 교육 내용 역시 은행업무, 동사무소 업무 보는 방법 등 실용적인 것보다는 한국 정치경제 체제와 일반상식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탈북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높은 불안감을 느끼는 탈북자들에 대한 심리 치료도 생략돼 있다”

- 탈북 대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
“크게 두 가지 시선이 있다. 하나는 한민족이라고 생각해서 관심을 갖고 공감을 표현하는 시선이다. 다른 하나는 탈북자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탈북자를 기타 이주민들과 동일하게 대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대하던 이들도 내가 먼저 다가가고 나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줬을 때 변화하는 모습을 봤다”

- 부정적 시선은 어디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나
“6·25 이후 남한에서 지속된 반공교육으로 인해 북한에 대한 관점이 왜곡되어 있는 것이 문제다. 또한, 북한주민들의 실상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없는 것도 부정적 인식을 심화시킨다. 북한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제대로 된 실상파악을 통해 그들이 왜 한국으로 와야만 했는가를 알면 탈북자들에 대한 시선이 분명히 바뀔 것이다”

- 다문화 포용에 대해 어떻게 나아가야한다고 보나
“한국 사람들은 상당히 보수적이며 민족주의 정서가 짙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인종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대우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은 세계화 시대에 스스로를 고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민족중심적인 교육정책을 수정해 타문화를 받아들이도록 지도해야 한다. 교육 외에도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개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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