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예술에 있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됐으면서도 쉽게 인식되지 않는 재료다. 특히 죽음은, 살아있는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호기심을 자아내면서, 동시에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인생의 마지막 경험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소재다. 하지만 예술에서 많이 다뤄지는 것과 달리 현대의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음을 누리고 있는 대학생들은 죽음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끝은 반드시 오고, 죽음은 누구나 한 번쯤 고민 할 과제다. 고대신문이 2008년부터 ‘죽음의 문학과 예술’을 강의 중인 이군호(본교 강사∙국제어학원) 씨의 도움을 받아 여러 문학 작품 속에서 죽음을 고민해봤다.

Memento mori, 죽음을 고민하라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다. 제정 러시아의 판사인 주인공 이반은 최상위 1%에 속하는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승승가도를 달리던 그의 삶에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이반은 부족할 것 없어보였던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기 시작한다. 이군호 씨는 “죽음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는 이반의 모습은, 죽음에 대한 고민을 기피하는 우리에게 문제의식을 던져줍니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젊은 당신은 죽음을 준비하기에 이르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죽음에 대한 고민은 역설적으로 삶에 더 강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고민이다. 이반이 그랬던 것처럼 끝을 인식하고 다시 돌아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돌아본 그 자리에 의미가 생긴다. 삶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게 기억되는 학창시절과 마찬가지로 끝이 있는 그 유한함 때문이다.

기억 속의 삶, 망각의 죽음
죽은 사람들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 ‘(특히 부모나 가까운 사람을 잃은 어린아이에게)그 사람은 죽지 않았어,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어’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본다. 즉 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죽은 이에 대한 추억이 남아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영화로도 제작된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에서는, 불행하게 헤어진 뒤 다시 만나지 못하고 죽은 두 연인이 이별의 원인을 제공했던 소녀의 소설 속에서 살아나 재회한다. 죽은 두 연인이 소설 속에서 살아 재회한 것은 소녀가 그들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억의 결정체인 소설에서나마 죽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간다.

그 반대의 경우인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을 보자. 1인칭 시점의 화자는 헤어진 곱단이를 가슴 속에 품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만득이가 실은 곱단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토록 만득이의 부인을 괴롭혔던 곱단이는 사실상 만득이의 망각 속에서 죽은 것이나 매한가지였던 것이다.

삶과 죽음은 실존적으로도 존재하지만, 이렇게 기억과 망각으로서도 존재한다. 이 씨는 “말장난 같지만, 누군가 죽었어도 기억되고 있다면 죽은 것이 아니고 살아있어도 아무도 그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죽은 것과 다름이 없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많이 읽었던 위인전이나, 사람들의 자서전 또한 그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 일체의 글들은 죽은 이들을 기억 속에 남겨 ‘죽지 않게’ 만든다.

가장 극렬한 공포의 대상
역사상 죽음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항했던 사람은 아마도 진시황일 것이다. 그리고 최근 그에 필적한 만한 사람이 소설 속에서 등장했는데, 그는 바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다. 마지막 시리즈에서는 볼드모트가 죽음을 피하기 위해 영혼을 무려 7개로 쪼갠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이 씨는 “죽음은 지금 즐기고 있는 모든 것을 앗아가는 절대자이자 삶의 종결자이죠. 그만큼 특히 물질적으로 가진 게 많으면 죽음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어요”라고 덧붙였다. 볼드모트는 자신의 힘을 포기할 수 없었던 나머지 주인공 해리 포터에 의해 몰락했던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뿐더러 죽음을 두려워하게 된다. 근대 이전과는 달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만큼 잃을 것이 많아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진 죽음에 대한 공포는 어쩌면 볼드모트나 진시황에 크게 뒤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비록 영혼을 쪼개거나 불로초를 찾으러 아마존의 오지를 뒤지러 가지는 않지만 우리에게서도 죽음을 암시하는 징후, 곧 노화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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