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구 의과대 교수·의학과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소식에 다시 한 번 여론은 편이 갈렸고, 정부와 시민 단체가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광우병 위험에 대한 학습 효과는 여러 곳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전 세계인은 1980년대 광우병 발생으로 400여만 마리의 소를 살처분하고, 1990년대 인간광우병으로 200여명이 사망한 사실을 기억한다. 광우병은 쇠고기를 통해 사람에게 옮길 수 있는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학습하였다.

광우병의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현 정부는 2008년에 광우병을 무시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려다 촛불시위라는 국민 저항을 경험하였다. 다시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자, 해당 장관은 검역소에서 가서 수입 쇠고기의 냄새를 맡아보며, 그런 방식의 검역을 50%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또 미국의 광우병이 걸린 소는 127개월의 ‘늙은 소’라고 강조한다. 참고로 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인 소는 40년(480개월)을 살고 늙어 죽었다. 정부가 과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문하면서도 비과학적으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니 2008년의 촛불시위의 공포가 단단히 학습된 모양이다.

반면 미국은 또 다른 종류의 광우병에 대한 학습이 있었다. 다름 아닌 쇠고기 수출 금지에 대한 공포를 학습한 것이다. 미국육류수출협회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사육하는 소는 1억 마리가 넘는다. 소 한 마리에 200만원으로만 계산해도 그 규모는 200조원에 달한다. 한국의 2012년 국가예산이 325조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산업인 것이다. 또 생산하는 쇠고기의 10%정도를 수출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미국의 쇠고기 수출의 주요 대상국이다. 한국육류 유통수출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한국의 쇠고기 소비량은 39만 톤이고 이 중에서 절반이 넘는 약 20만 톤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었다. 그러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우리나라 수입이 2004년도에는 0톤으로 사라진다(표1). 2003년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이 그 원인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쇠고기 수출은 75%가 감소하였다. 단 3마리의 광우병소 발견으로 몇 년 동안 수십조 원의 수출이 사라져버리는 공포를 학습한 것이다. 이를 경험한 미국은 2007년 국제수역사무국(OIE)의 변경된 규정으로 광우병 위험통제국이 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수입금 지조치를 당하지 않도록 조치한 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 수출을 증가시키고 있다.


광우병이란 무엇일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자료가 아직 부족하다. 동물성 사료가 동물간의 전염에서 매개체였다는 역학조사와, 동물성 사료를 금지한 후 광우병은 대폭 감소하였다는 사실은 동물성 사료의 사용금지의 과학적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광우병이 변형 프리온 단백질에 의한 전염성 질병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증거가 아직은 부족하다. 소화기관으로 섭취된 거대한 프리온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온전히 표적기관인 뇌까지 도달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니다. 광우병의 감염에 변형 프리온이외에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와 같은 다른 병원체가 필요하다는 논문이 나오는 것을 보면, 다른 과학자들도 전염성에 대한 부분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듯하다. 또 변형 프리온 단백질의 표적인 특정위험물질(specified risk materials, SRM)은 연구가 추가됨에 따라 하나씩 늘어난다. 과거 뇌와 뼈가 위험물질이라고 했지만, 내장, 림프절을 넘어 이제는 살코기인 근육에서도 변형 프리온이 발견되었다. 이렇듯 광우병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에 과학적 사실이 턱 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감히 누가 광우병에 대한 위험을 얘기할 수 있을까?

그러나 광우병에 대한 위험을 한 번 예측해 보고자 한다. 현재는 광우병에 대한 효과적인 방역법을 알고 있으니 1980년대 말 유럽과 같은 대규모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확률보다 낮다고 그 위험을 무시할 수는 없다. 교통사고 때문에 촛불시위는 발생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합리적인 예측은 무엇일까? 지금과 같이 계속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국민들이 먹는다면 우리나라에도 인간광우병이 발생할까?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되고 점점 그 비율이 증가한다면, 향후 10년 내에 인간광우병 환자가 1명 정도는 나올 것 같다. 그 예측은 광우병에 대한 위험이 미국과 같아질 것이라는 가정에서 비롯된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때 검역을 하는 비율도 낮지만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아보는 검역방식으로 광우병 프리온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입규모도 매년 늘고 있으며 그 규모는 2003년 이전과 같이 50%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 미국이 수출을 재개한 이후 이번에 새로 광우병이 발생하였고, 미국에서 소의 광우병 검역율이 0.1%이니 실제는 그 이상의 소가 광우병에 걸렸거나 또는 잠복기의 상태일 것이다. 그리고 미국 국민과 한국 국민 똑같이 그 쇠고기를 섭취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수가 미국에 비해 적어 총 발생수가 적을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이 내장과 뼈와 같은 SRM부위를 더 선호하니 위험에 대한 노출은 미국 국민보다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30개월 미만의 소의 경우 편도와 소장의 끝부분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수입한다.) 현재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였고, 과거 영국에서 보인 광우병 발생과 인간광우병 발생의 시간차를 고려하면, 미국이나 한국은 10년 이내 인간광우병 환자를 다시 접하게 될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확률은 적지만 충격적인 위험이 우리 사회에 유입된 것은 사실이다. 

인간광우병 환자가 국내에 발생한다면 그 때 나서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할 수 있을까?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광우병 걸린 사람이 미국산 쇠고기만 먹었을 리가 없다. 몇 년의 광우병 잠복기 기간 동안 환자가 먹은 쇠고기 중에 어떤 쇠고기가 원인인지 알 수 없다. 국내에 광우병 또는 인간 광우병이 발생하는 순간 우리나라는 더 이상 청정국이 아니고, 더 이상 미국 또는 유럽의 쇠고기를 거부할 명분도 이유도 없어진다. 지금 미국에게 쇠고기를 가지고 뭐라고 얘기하는 것은 지금 현재 미국은 광우병이 있고 우리나라는 광우병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는 소고기 수입 원칙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보다는 경제와 무역에 있어 효율적인 원칙을 추구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일본과 같은 과학적인 검역을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것이다. 식탁에 오르는 모든 쇠고기는 사전에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인 검사가 시행되어야 한다. 소의 출생과 성장에 관한 이력추적을 강화하여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역학조사를 통해 질병의 전파를 조기에 차단하도록 해야 한다. 또 이런 환경에서 생산된 쇠고기만을 수입해야 할 것이다. 

축산농가도 더 이상 한우라는 품종으로 차별화를 가질 수는 없다. 건강한 소와 안전한 쇠고기로서 수입쇠고기로부터의 차별화를 이끌어야 한다. 현재 ‘과연 한우는 미국소보다 더 깨끗한가?’라는 국민의 의심에 한우시장도 위축되어 있다. 청결한 사육과 건강검사 비용, 항생제와 호르몬 제제를 투여 금지로 인한 생산 감소, 이 모든 것이 한우의 값을 올리는 이유이겠지만, 몇 년 뒤에는 한우를 선택하는 분명한 이유가 될 것이다.

개개인은 고기 섭취를 줄이는 식생활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1인당 육류 섭취량은 1995년 27kg에서 2010년 38kg으로 40%가 증가하였다. 이렇게 고기 섭취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의술의 발전도 인간의 건강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는 건강을 위해서 맛있는 것도 참고 먹지 말아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중의 돈으로 싸더라도 불안한 고기를 많이 먹는 것보다, 비싸더라도 안전한 고기를 조금 먹는 것이 현대 한국사회에서는 현명한 식생활 습관임이 틀림없다.

광우병, 그 자체의 위험만으로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문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기회에 정부는 국민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안전을 책임질 과학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국민은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올바른 식습관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