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국의 코미디 프로에 <고운 말 법정>이라는 코너가 있다. “욕설이나 특정 상품 광고를 금한다”는 말과 함께 재판은 시작된다. 하지만 검사와 피고인은 우회적인 욕설(“이런 시베리아”, “개살구”, “쌍쌍파티” 등)을 주고받고 시청자들은 그런 욕설에 웃음을 터뜨린다. 또한 입을 더럽히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친구들과 이런 단어를 사용하며 장난을  친다.

욕의 정의는 “상대를 비하하고 무안을 주기 위한 행동이나 말”이다. 욕의 기원은 주술적인 의미의 ‘저주’에서 시작됐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상대를 비하하기 위한 방법으로 변질됐다고 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선 스스럼없는 친구 사이에 욕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사용하는 욕은 상대방에 대한 비하가 아닌, ‘서로의 친밀감을 표시하는 말’ 정도로 정의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욕을 배우는 시기는 사춘기 때일 것이다. 멋있어 보여서인지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은 욕을 많이 사용한다. 얼핏 들으면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말을 그들은 미소를 띠며 주고받는다.  하지만 철이 들면서  생각 없이 쓰는 욕은  줄어들게 된다.

지난 달 28일 한 당에서는 당무회의가 열렸다. 신 · 구주류로 갈려서 갈등을 겪고 있던 그들이라 험악한 분위기는 예상됐지만,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많은 기자 앞에서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몸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철이 들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은 그들의 욕설이 우리는 낯설지 않다. 그게 티비 프로에 <고운 말 법정>은 있어도 <고운 말 정치>, <고운 말 국회>가 없는 이유일까.

한편, 같은 날  당사의 브리핑룸에는 기자가 없었다고 한다. <고운 브리핑>보다 <더러운 말 회의>가 더 재미있어서인지 기자들이 당무회의로 몰렸기 때문. 그게 기자들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도 고운 모습보다는 더러운 모습을 통해 즐거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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