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부부들이 있지만, 그들의 출발은 모두 천차만별이다. 어떤 부부는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하는가 하면, 만혼을 하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 가정을 꾸리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지금 우리 또래의 학생들은 둘이 아닌 조그마한 생명과 함께 세 사람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일이 더욱 많다. 고대신문에서 따뜻한 가정을 꿈꾸는 세 쌍의 대학생 부부를 만나 만남부터 출산, 조금은 이른 시기에 시작한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만났다.

예기치 못한 선물로 시작된 결혼
많은 대학생 부부가 풀어야 했던 ‘임신=결혼’의 공식. 지난 2월, 교우회관에서 결혼식을 올린 하광호(문과대 영문08) 씨와 손미나 씨 부부도 그 공식을 풀었다. 24살 동갑내기 부부의 4살 된 어린 딸 송주 양이 공식의 해답이다. 대학에 입학했던 2008년 봄에 임신을 하게 된 미나 씨.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교제를 해왔고, 두 사람 모두 결혼을 일찍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큰 충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나 씨의 어머니가 결혼을 반대해 한 달 정도 힘든 시기를 갖기도 했다. “그런데 아빠가 아이를 갖고 싶어도 못 갖는 사람도 있는데 지금 잘못해서 나중에 아이를 못 갖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고 허락을 해주셨어요”

▲ 신랑 하광호(문과대 영문08) 씨와 신부 손미나 씨의 웨딩사진. 사진제공 | 하광호·손미나 씨

그렇게 혼인신고만 하고 광호 씨의 집에서 신혼을 시작한 부부는 올해 분가해 셋이서 함께 살고 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미나 씨는 작년에 학교를 졸업해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고, 상근으로 군복무를 마친 광호 씨는 복학생이 됐다. 입학하자마자 임신을 했기 때문에 부모들이 그냥 아이 낳고 살림을 하라고 하실 줄 알았지만 양가 부모 모두 미나 씨가 대학을 졸업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나 씨 부모의 회사에서 등록금이 나와 경제적인 부담도 덜 수 있었다. “학교를 다니느라 아이가 7개월일 때부터 부모님께 맡겼어요. 부모님께 많이 죄송하기도 하고, 아이한테도 많이 미안했죠” 사실 부부 모두 일하랴 공부하랴 지금도 아이를 보는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잘 크고 있는 어린 송주에게 마냥 고마울 뿐이다.

21개월의 세 살 박이 아들을 두고 있는 오다솜(가명·문과대) 씨도 어머니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있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어 듣고 있는 수업도, 공부해야 하는 양이 많은 만큼 부모가 아이를 봐주는 시간이 제법 길다. 1학년 말에 기말고사를 준비하다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다솜 씨는 비교적 수월하게 부모의 허락을 받아 6주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많이 어렸기에 부모가 속상해한 것도 사실이다. “제가 맏이여서 아빠가 저에 대한 기대가 크셔서 반대가 컸어요. 반대하셨는데 그래도 엄마가 어쨌든 좋은 일 아니냐고 케이크도 사오시고 허락을 해주셨죠”

같은 본교 출신인 남편과는 고등학생 때부터 교제를 했다. 피임을 했지만 임신이 돼서 처음엔 몹시 당황스러웠고 죄책감도 들었다. 지금도 남편은 자신 때문에 다솜 씨가 어린 나이에 결혼하게 된 것을 많이 미안해한다. “남편이 그렇게 말하면 저는 결혼하고 싶었고 결혼해서 좋다고 대답해요. 서로 미안하고 고마워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남편이 제게 ‘날개가 되어 주고 싶다’고 하거든요. 항상 기댈 수 있어서 저는 결혼한 게 좋아요. 물론 준비되지 않은 임신이나 결혼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에요(웃음)”

결혼 이후의 삶은 보통의 대학생과 달랐지만, 가지고 있는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3학년인 다솜 씨는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을 제법 했다. 이미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여자가 취업하기가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도 걱정이 컸고, 또 일반 회사에 취직해도 아이를 양육하기가 녹록지 않을 거란 생각에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 직장인인 남편이 뒷바라지를 해주고 있고, 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어서 매일 늦은 시간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갈 정도로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남편의 격려와 아이의 애교가 다솜 씨에게는 무척 힘이 된다. “아이가 주는 행복감이 정말 커요. 그런 말도 있잖아요, 아이가 하는 최고의 효도는 5살 이전에 떠는 애교밖에 없다고”

아이를 보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광호 씨와 미나 씨도 다르지 않다. 딸 송주는 아파서 누워있는 미나 씨의 머리에 물티슈를 얹어주고 빨리 나으라고 호 불어주는 애교 덩어리다. “원래는 제가 정말 철이 없었어요. 아내가 분만실에 있을 때 입원실에 올라가서 게임을 하기도 하고(웃음). 지금은 철이 많이 들었죠. 아이가 나오니까 정말 좀 변하게 되더라구요, 책임감도 생기고” 광호 씨가 멋쩍게 말하자 미나 씨가 옆에서 이르듯 덧붙인다. “산후조리를 해야 하는데 못 움직이는 걸 몰라서 외식하러 나가자고 조르더라구요” 앞으로 외무고시에 도전해볼 생각이라는 광호 씨는 아이를 위해 더 바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아직 아이가 뱃속에 있는 유연수(가명·동국대) 씨와 강선중(가명·동국대) 씨도 아이의 태동을 느끼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무엇이든 잘 먹었던 연수 씨가 임신을 한 뒤 선중 씨처럼 토마토를 먹지 못하고 입덧을 하는 걸 보면 선중 씨는 미안하면서도 ‘정말 내 아이가 태어나는구나’라는 생각에 즐겁다. CC였던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지만 이렇게 빨리 결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졸업을 앞둔 연수 씨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임용고시를 준비할 예정이었고, 선중 씨가 직업군인을 희망해 좀 더 자리를 잡으면 결혼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생겨 생각보다 이른 결혼을 하게 됐다. 두 사람은 이번 달 말에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 출산 준비에 결혼 준비까지 하느라 몹시 분주하다. 서둘러 준비해서 하는 결혼이라 간소하게 하고 있지만 결혼과 출산 모두 돈이 제법 많이 들어 아직은 부모에게 손을 많이 빌리고 있다. “지금은 부모님께 빚지고 있지만 천천히 갚아 나갈 생각이에요. 부모님께 받은 것을 돌려드릴 때도 셋이 함께이면 더 좋지 않을까요?”

▲ 신부 유연수(가명·동국대) 씨와 신랑 강선중(가명·동국대) 씨의 웨딩사진. 사진제공 | 유연수·강선중 씨

지병이 있어 종합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고 있는 연수 씨의 바람은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이다. 아이 낳는 것이 무섭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연수 씨는 두려움보다는 행복과 기대가 더 크다고 말했다. “출산의 고통은 저도 겪지만 아기도 같이 겪는 거잖아요. 아기가 겪을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줄여주고 싶어요” 이미 아이를 낳은 미나 씨와 다솜 씨는 기자에게 디테일한 ‘출산 후기’를 들려줬다. 미나 씨는 아이가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서 유도분만을 해야 했다. “아기가 더 커지면 나올 때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촉진제를 맞고 태동 그래프도 보면서 기다리는데 그렇게 많이 아프진 않았어요. 양수가 터지고 나서는 좀 아팠지만요. 사실 어리다보니 멋모르고 낳은 거죠” 다솜 씨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얼마나 아픈지 잘 몰랐으니까요. 그래도 제가 어려서인지 비교적 어려움이 덜했어요. 시간이 얼마 안 걸려서 의사 선생님이 애는 역시 젊어서 낳아야 한다고 그러셨죠(웃음)” 아기 머리가 보이고 10분 만에 아이가 나왔다는데 다솜 씨는 그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저는 9시간 진통을 했는데 친구들이 이 얘길 들으면 ‘애를 9시간이나 걸려서 낳았어?’ 이래요. 근데 9시간 내내 죽을 듯이 아픈 게 아니에요” 젊어서인지 두 사람은 아이를 낳고서도 몸이 빨리 회복이 됐다. 임신 후 불어난 살도 금방 빠졌다. 두 사람 모두 일찍 아이를 낳는 게 산모와 아이 모두의 건강에는 좋은 일인 것 같다며 입을 모았다.

결혼 후에 오는 것들
가사 분담은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광호 씨가 말이 많아졌다. 미나 씨가 주중에 일을 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광호 씨가 수업이 없는 금요일에 밀린 집안일을 하곤 한다. “유치원 일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서 미나가 집에 오면 지쳐서 누워버려요. 그래서 제가 집안일을 좀 더 많이 하죠. 아이랑도 제가 더 많이 놀아주는 편이구요” 미나 씨는 광호 씨의 말에 웃으며 덧붙인다. “애도 어느 순간 보니까 물을 달라거나 뭘 찾을 때 제가 아니라 아빠 먼저 찾더라구요”

결혼 뒤 광호 씨는 전보다 더 열심히 기념일을 챙긴다. “저희는 일찍 결혼해서 남들보다 십 년은 더 같이 살아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더 잘 해야죠” 얼마 전 부부의 날에는 장문의 편지를 써서 주었고, 오월 초 미나 씨의 생일에는 미나 씨가 일하는 유치원에서 이벤트를 해주기도 했다. “사귀는 사이면 고마운데 이제는 현실이잖아요. ‘이거 하는데 얼마 들었어’ 이랬죠”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나 씨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다솜 씨는 결혼 후 있는 그대로의 남편을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연애할 때만 해도 다솜 씨와 남편은 사흘에 한 번씩 싸우곤 했다. “서로를 바꾸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거죠” 사소한 것 하나로도 싸움이 날 수 있지만, 지금은 남편을 바꾸려고 하지 않기에 싸우는 일이 별로 없다. 서로를 바꾸기 위한 요구는 싸움을 부른다는 것을 다솜 씨는 결혼 후에 깨달았다.

“결혼해서 불편한 점이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자유롭지 못한 건 있죠” 남편과 아이가 있다 보니 다솜 씨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모임에 가도 너무 늦기 전에 빨리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광호 씨도 집에 일찍 오다보니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고, 미나 씨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임신을 해서 많이 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만 광호 씨와 미나 씨가 고등학교 친구들 중에는 결혼과 출산 모두 첫 번째라 친구들이 아이의 백일이나 돌을 챙겨주기도 하고, 친한 친구들은 만나기 힘들어도 계속 연락을 하고 있다. “교우 관계가 좁아지긴 하지만 친한 친구들은 오히려 더 잘 챙겨줘서 외롭지는 않아요”

마지막으로 결혼과 가정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에 광호 씨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가정은 어떤 행동을 하거나 무언가를 선택할 때 항상 기준이 돼요. 삶의 기준이 되는 거죠. 아이한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책임감을 가지게 됐어요” 결혼을 앞둔 새신부 연수 씨는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준비한다는 것이 마냥 행복하다. 그리고 다솜 씨에게 가정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더 큰 사랑의 공간이다. “연애할 때보다 사랑이 더 커진 거서 같아요”라고 말하는 다솜 씨의 얼굴이 행복으로 물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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