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출범한 19대 국회가 1호로 제출한 법안은 <발달장애인지원법>이다. 사안의 중요성이 높다고 판단한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 보좌진은 관련 법안을 1호로 제출하기 위해 국회 사무처 앞에서 3일 밤샘을 하기도 했다.

이번 법안은 신체장애인에 치우쳤던 행정·법적 장치들이 정신 장애인에게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등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판단 능력의 부족으로 자기보호가 어려워 장애의 영역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소외받는 다양한 장애인 관련 법안의 확충이 이뤄지는 것은 환영받을 일이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있다. 제도와 법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어떤 사람들로 규정하는지에 관한 논란이다. 쟁점으로 제기되는 부양 의무제와 장애 등급제에 대해 알아 봤다.

부양 의무제
기초생활법 제46조(비용의 징수)
수급자에게 부양능력을 가진 부양의무자가 있음이 확인된 경우에는 보장비용을 지급한 보장기관은 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의무의 범위에서 징수할 수 있다.

장애인의 기초생활수급권은 장애를 가진 당사자의 장애 정도나 사회·경제적인 상황에 앞서 부양의무자가 있는 지가 우선 기준이다. 부양의무자가 자동차‧집 등의 재산을 최저생계비(2012년 4인 가족 기준 140여만 원, 1인 가족 기준 53여만 원)의 130%이상 가진 경우 기초생활수급권 대상자가 되지 못한다. 부양을 아무도 이행 않아도 실질적으로 법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여기서 부양의무자란 수급권자의 배우자 및 직계 혈족,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을 말한다. 진보신당 장애인위원회 구교현 위원은 “이번에 제출된 발달장애인법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면 결국 부양의무자가 있는 발달장애인들은 장애가 아무리 심하고 어려운 조건이어도 서비스 제외 대상에 속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부양의무제의 개정이 어려운 이유는 예산 문제 때문이다.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는 단체 ‘기초법개정공동행동’에 따르면 부양의무제로 인해 기초법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은 통상적으로 1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따라서 부양의무제를 철폐할 경우 상당한 예산 증가가 불가피하다. 작년 보건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130% 미만에서 185% 미만으로 완화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예산 문제로 기획재정부와 협의하지 못했다.

장애등급제
장애인복지법 제2조(장애인의 정의 등)
② 이 법을 적용 받는 장애인은 제 1항에 따른 장애인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애가 있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1. “신체적 장애”란 주요 외부 신체 기능의 장애, 내부기관의 장애 등을 말한다.
2. “정신적 장애”란 발달장애 또는 정신 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를 말한다.

▲ 일러스트 | 정현정 전문기자

현재 복지 서비스의 대상 여부는 장애의 정도(1~6급)에 따라 결정된다. 또한 대학 입시나 취업 등에서 장애 등급은 하나의 기준표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등급 경계선에 대한 모호성과 가변성에 대한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지적 장애인은 사회성숙도 검사나 IQ검사 점수에 따라 등급을 결정하기 때문에 1점 차이로 등급이 바뀌는 경우도 상당수다.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 같은 경우 장애 등급 간 차이도 거의 없다. 또한 국가 복지 예산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가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장애등급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행정상 편의를 위해서다. 현재 장애 등급에 따라 제도적 혜택에 차등을 두고 있다. 등급을 활용하면 필요한 서비스의 양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관리와 조절도 용이하다는 점이 장애등급제 존치 이유다. 하지만 장애 급수가 꼭 장애인이 필요한 서비스와 등치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람마다 다양한 수요가 있지만 현 제도상 장애등급과 소득에 따른 일괄적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권오형 사무국장은 “기본적으로 장애에 등급을 매기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복지 제도는 장애 등급과 일괄적으로 연동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 욕구, 환경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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