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패기로 ‘무작정’ 떠나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왕 간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키워드를 갖고 나만의 여행을 만들어 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나만의 맞춤여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준비하기 어렵기도 하다. 여행 전문가를 만나 여행사의 여행 기획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엿보고, 학내·외 자신만의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을 만나봤다.


커피기행
북한강 강가를 걷다보면 붉은 벽돌집을 만날 수 있다. 묵직한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윽한 커피 향이 나고 다양한 커피관련물품들이 눈에 띈다. 커피 박물관을 운영하는 박종만 씨는 커피에 대한 열정으로 커피 여행을 직접 기획하기도 했다. 2007년 아프리카 커피로드, 2008년 아랍에서 유럽까지의 커피로드를 다녀온 그를 직접 만나봤다.

축구여행

- 커피 여행 기획 계기는
“부끄러움에서 출발했다. 커피 여행 이전까지 커피에 대한 나의 지식은 모두 책에서 나온 지식이었다. 박물관 관람객들에게 커피에 대해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곤 하는데,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 ‘그곳이 어떻게 생긴 곳이지? 커피 산지는 내가 상상하는 그런 모습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나를 여행으로 이끌었다”

- 여행 기획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면
“구체적인 목적을 가진 여행을 기획해야 한다. 남들이 여행사에 써놓은 글을 보고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왜 여행을 떠나는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어떤 사람은 한 달 동안 같은 곳에서 무위도식하다가 돌아오기도 하는데, 그런 여행은 의미가 없다. 어디 가서 찍은 사진과 어디 가서 밥 먹은 이야기만 남는 여행보다는 목적이 분명한 여행을 기획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의 여행이 커피의 전파 경로를 따라 원산지를 직접 방문할 목적의 여행이었듯이 주제를 가진 여행을 기획하길 바란다. 좋은 친구를 만난다거나, 넓은 세상을 만나고 싶어서 여행한다는 것도 좀 두루뭉술하다. 그것 보다는 어떤 것을 느끼고 배우고 싶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교통편이나 숙박 등의 계획은 그 다음 문제다”
 
- 실제 여행을 해보면 처음의 기획과는 많은 차이가 생길 것 같은데
“여행은 절대 기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 예상치 못했던 다른 것을 얻고 돌아오는 것 같다. ‘졸링겐’이라는 독일 핸드밀 제조 회사를 찾아갈 기획을 한 적이 있었다. 사흘을 헤매서 회사를 찾았는데 본사가 아니라 대리점이었고 그날따라 문도 닫아있었다. 그렇게 낙담해서 돌아오는 길에 배가 고파서 식당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평생 친구를 만났다. 이태리인이었는데,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말을 걸어 줬다. 그것을 계기로 친해졌고 아직까지도 연락하는 사이다. 실패를 통해서 분명 얻는 것이 있다”


축구여행
올해 1월 말 영국으로 떠나 7개의 축구경기를 보고 5월 1일 귀국한 장용현(사범대 컴교06) 씨는 ‘축구 여행’을 했다. 장 씨는 3개월간 영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명한 축구 구단이 있는 유럽 국가를 돌아다니며 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왔다. 그는 혼자 기획해서 떠난 이번 여행을 통해 축구를 향한 자신의 열정을 발견했다. 그는 졸업 후 리버풀에 있는 축구대학원에 진학해 축구와 관련된 마케팅 및 전문행정을 공부하고자 한다.

올랜도

-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평소 프리미어리그를 즐겨 봤는데, 어느 날 브라운관 속의 불꽃 튀는 경기를 직접 보고 싶어졌다. 학점, 취업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다보니 더 이상 늦으면 아예 못가겠다 싶어서 무작정 떠났다”

- 여행 준비는 어떻게 했나
“가기 전엔 비행기표와 머물 숙소 예약 외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축구 경기의 표는 길어야 2주 전쯤 풀린다. 인기 구단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비회원인 저는 경기 하루 전부터 표 구매가 가능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따로 있었다. 바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였다. 각 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표 판매가 시작됐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매일 아침을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영국발 항공편을 예약하는 것, 축구 경기 사이사이 관광 일정을 짜는 것, 현지 맛집이나 지름길을 찾는 것 모두 무선인터넷과 스마트 기기를 이용했다”

- 여행을 기획하는 학생들에게 팁을 준다면
“축구 여행처럼 사전 계획에 한계가 있는 테마 여행의 경우 스마트 기기를 최대한 이용하라. 그때그때 사정에 맞게 계획을 수정할 수 있고, 현지에 곧바로 적용되는 실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혼자 떠나는 여행의 장점은
“나의 흥미와 생활 패턴에 에 꼭 맞춘 일정이 가능하다는 것 외에도 혼자 떠나는 여행의 장점은 많다. 현지에 관심을 온전히 기울일 수 있고, 스스로를 깊이 있게 돌아볼 수 있다. 그러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배움을 얻고, 장래의 꿈까지 확실시 되는 예상치 못한 수확도 얻게 된다. 젊음과 패기를 믿고 일단 혼자 떠나보라”


올랜도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는 디즈니월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씨월드 등 세계적인 규모의 테마파크가 모여 있는 곳이다. 그 곳을 여행하며 어릴 적 순수한 동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송효근(경희대 호텔관광07) 씨는 올랜도를 환상과 낭만의 도시로 표현했다.

▲ 사진 | 본인 제공

- 여행 일정 기획은 어떻게 세웠나
“우리나라에서는 올랜도가 유명하지 않아서 블로그를 찾아보면 흔치 않아서 외국 블로그를 많이 참고했다. 교통편 검색이 중요했다. 올랜도는 큰 도시이긴 하지만 뉴욕이나 시카고만큼은 아니어서 지하철이나 트렘이 다니지 않았다. 평소에 탈 버스노선을 알아보고 주말에는 자유롭게 여행하기 위해 렌터카를 빌렸다”

- 여행을 기획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여행지를 꼭 유명한 곳으로 한정짓지 말고 자기만의 컨셉을 잡고 간다면 어디를 가든지 의미 있고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얼마 전 나영석 PD 강연을 들었는데 ‘1박 2일’에서는 한 곳을 2~3번 간 적이 많다더라. 같은 곳을 가도 어떤 컨셉을 잡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여행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곳을 가느냐에 따라, 어떤 주제를 잡느냐에 따라 무한한 여행을 만들어낼 수 있다. 꼭 인기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하지 말고 자기가 보고 싶고 느끼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계획을 짜서 여행을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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