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박근혜 대표의 대선 출정식을 다녀오게 됐다. 광장에는 일찍부터 몰려든 시민들과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몰려든 시민의 대다수는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었다. 광장에 들어서자 박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라며 말풍선 모양의 엽서를 나눠주는 사람들이 보인다. 엽서는 박 대표에게 모두 전달된다고 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박 대표가 등장했고 본격적인 출마선언이 시작됐다.

출정식에서는 작은 소란이 있었다. 한대련 소속 대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뒤에서 대학생들이 ‘뭘 안다고 난리냐’, ‘공부나 하라’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들려 왔다. 소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출마 연설 도중 여학생 두 명이 나타나 한일정보협정에 대한 박근혜 대표의 의견을 밝히라고 소리쳤고 이 과정에서 몇몇 사람은 팔까지 걷어붙이며 주먹다짐을 하려 들었다. 빨갱이부터 시작해서 차마 글로 옮기지 못할 욕설까지 난무했다. 두 여학생은 결국 경호원들이 나서서 끌어냈다.

출마선언식을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미국에서는 선거 운동이나 유세 도중 후보자를 반대하는 단체나 개인이 비판문구가 선명하게 적힌 옷을 입고 무언의 시위를 하거나 위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흔들더라도, 이를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고 관철시켜나가는 행위의 일부로 보기에 반대와 제지를 받지 않는다.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지지연설을 하던 빌 클린턴과 이들 중 한 명이 말싸움에 붙었을 때 그에 대한 제지를 받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의 존재를 인정한다. 때문에 민주적 정치 현장에서는 늘 대립이 발생했고, 대립의 존재가 정치를 더욱 발전시키기도 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앞두고 제로섬 게임 식의 대립을 벗어나 본 민주주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관용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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