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복합 불황의 시대라 불리는 어려운 소비환경 속에서 연일 어닝 서프라이즈로 주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한국 화장품 회사들이다. 한국 화장품의 성공 요인을 살펴보면, 첫째로 경기 불황 지속으로 가격에 대한 소비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성능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고, 해외 고가 수입화장품 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한국 화장품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둘째로,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 진출과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 화장품 매출을 견인하는 데에 있으며 여기에는 한류의 영향이 크다. 한국 화장품은 한류 스타를 광고 모델로 하여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족도를 높이고 있고, 한방 녹차 등 한국적인 제품으로 국내 화장품의 글로벌화에 일조하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회사들은 세계경제 위기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는 반면, 한국 화장품 회사들은 탄탄한 국내 수요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놀라운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마켓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중국 시장 내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넓혀가는 한국 화장품 회사들의 장기 성장성에 주목해 볼만 하다.

개인적으로 해외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삶, 위치를 처음으로 느껴보게 된 것은 대학시절인 2004년 미국에서 살고 계시는 고모 댁에 머물렀을 때이다. 처음 고모와 대화를 나누었을 때 나에게 미국식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요구하시고 미국에서의 삶이 훨씬 더 여유롭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오래 전 미국으로 이민을 오셨고 고모는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이 힘들었고, 배우고 싶은 열망을 채워주지 못했기에 고모에게 한국은 아직도 70년대 후반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한국은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경제 위상이 급상승하고 한류 열풍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이 훨씬 더 높았다.

그러던 지난 4월 고모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되어 미국을 다녀오게 되었고 돌아가시기 전의 고모의 생활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8년 전과 다른 고모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고모는 미국인과 결혼하는 딸의 결혼식에서 드레스가 아닌 어여쁜 한복을 입으셨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벤쿠버 올림픽 때에 그 동안 백인들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수영과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한국인이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크게 감동받으시고 직장동료와 친구들 앞에서 자신도 스피드 스케이팅을 배워 보겠다면 으쓱 하시기도 했다고 한다.

세계 경기가 불확실성 속에서 흔들리는 상황에서 그 동안 착실히 경쟁력을 쌓아온 한국 기업들의 경우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전 세계에 한국 가요와 드라마가 방영되고, 한국 제품들이 철저한 현지화를 기반으로 해외시장 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한국 이미지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과거 외국인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은 특히 북한에 국한되었지만, 이제 외국인들은 ‘한국’하면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떠올린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한국, 이 자부심을 바탕으로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꿋꿋이 버텨내고 위기를 기회로 삼는 밝은 미래가 가능하리라는 생각이다. 다가오는 런던올림픽에서 실력과 자신감으로 무장한 한국 선수들의 건승도 함께 기원해 본다.

<Ju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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