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유령>이 대세다. 일반인에겐 생소한 디지털 포렌식을 소재로 했지만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령>은 디지털 기술을 둘러싼 경찰과 반대 세력의 대결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뛰어난 디지털 포렌식 기술도 중립을 지키지 못한 경찰이 사용하자 최악의 범죄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 속 내용이 드라마에만 국한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서초구에 위치한 대검찰청 디지털 포렌식 센터를 취재차 견학했다. 2008년에 개관한 디지털 포렌식 센터는 마약 감식, 문서감정, DNA감식에서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을 획득했다. KOLAS를 획득해야만 우리나라가 행한 수사결과가 다른 나라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 서래마을에서 숨진 채 발견된 프랑스 영유아 살해사건 수사결과를 프랑스가 인정한것도 KOLAS 덕분이다. 우리나라로 과학수사를 배우러 오는 외국 수사관들 또한 그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디지털 포렌식 기술이지만 정작 이를 증거로 수사하는 검찰의 수준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최근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문제나 이상득 전의원 저축은행 비리와 같은 사건을 수사한 검찰을 두고 정치검찰이란 말이 여론에 자주 등장했다. 정치검찰은 과거 정권의 눈치를 보며 수사하던 시절 나온 말로, 어떤 상황에서도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검찰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말이다. 아직도 정치검찰이란 말이 나온다는 것은 그 만큼 검찰의 수사결과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검찰 로고인 다섯 개의 병렬 배치된 막대는 대나무의 올곧음에서 모티프를 차용했다고 한다. 왼쪽부터 공정, 진실, 정의, 인권, 청렴을 뜻한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보여주듯 아무리 좋은 과학기술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검찰 또한 자신이 내세운 다섯가지 덕목을 잘 지켜 디지털 포렌식 기술과 더불어 검찰 자체가 세계적 수준이 돼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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