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를 꿈꾸는 취업준비생 김가현(가명, 문과대 국문10) 씨는 방송아카데미를 다닌다. 여태껏 가현 씨는 직접 돈을 벌어 한 달에 80만원하는 학원비를 내 왔다. 이제 통장에 남은 돈은 120만원 남짓인데 이번에 합격하지 못하면 공부를 중단하고 다시 학원비를 모아야 한다. 시험을 석 달 앞두고 있는 가현 씨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진소희(가명, 이화여대 행정학과10) 씨는 이번 주에 동영상 강의 하나를 신청하고 30만원을 결제했다. 부모가 부쳐준 돈으로 공부를 이어온 지 3년 째. 강의료에 자취비까지 합치면 취업준비로 나가는 돈이 매달 130만원이다. 부모님께 전화하기도 죄송스러워 오늘은 돈을 아껴 편의점에서 1500원으로 한 끼를 떼웠다.

어문계열을 전공하는 이정훈(가명, 문과대 노문11) 씨는 여름 방학을 어학원에서 보냈다. “방학 때 어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해놔야 학기 중 학점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 수 있어요” 사설 학원까지 다니면서 전공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교환학생도 가고 싶고, 학점도 잘 관리해서 대학원에 진학하려고요. 학원비도 교환학생 학비도 부담스럽지만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려면 어쩔 수 없죠”

대학생들을 옭아매는 금전적 부담은 등록금에 국한되지 않는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 스펙을 쌓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해외 어학연수비, 공인어학시험 응시료 등 취업을 준비하며 드는 비용이 새로운 짐으로 학생들의 등에 지워지고 있다. 2012년 5월 청년노조 청년유니온에서 이력서를 쓰는 데 필요한 공인자격(스펙)을 쌓는데 드는 비용을 조사한 결과 1인당 평균 4269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인어학시험으로 대학생이 가장 많이 응시하는 토익(TOEIC)은 1회 응시료가 4만 2000원이다. 청년유니온의 발표에 의하면 대학생들이 구직 과정에서 원하는 점수를 얻을 때까지 토익에 쏟는 평균 응시료는 1인당 36만 5600원에 달한다.

국가고시와 법학전문대학원 대비 사교육 기관의 경우도 학원 강의와 동영상 강의 등이 고가인 것은 마찬가지다. 유명 국가고시대비학원인 H학원의 경우, 사법시험에 대비해 열린 강의 중 민법 강의료는 85만원에 달한다. 행정고시 동영상 강의도 고액은 마찬가지. 종합반 동영상강의는 4과목에 150만원 선이다. 신림에서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찬희(가명. 문과대 사학07) 씨는 대형학원 3곳이 행정고시 학원가와 온라인 강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독과점 체제를 문제로 지적했다. 이 씨는 “학원비가 점점 오르고 있어서 부모님께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르바이트와 수험 생활을 병행하면서 합격했다는 얘기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개천에서 용나는 케이스”라고 말했다. 회계사·세무사 대비학원인 W학원도 종합반 동영상강의 세트가 160만원이다. CPA를 대비하고 있는 성지민(가명, 문과대 사회09) 씨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 수강료가 너무 비싸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수험생들은 한 강의를 여러 명이 나눠 사서 듣는 방식으로 공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송사나 항공사 같은 특수 직종 취업 전문 학원의 수강비는 몇 백만원 단위를 호가하기도 한다. 방송아카데미 K사의 아나운서부문 수업료는 주 6시간, 6개월 과정에 195만원이다. B사의 수업료 역시 1회 3시간씩 30회 수업에 250만원이라는 수업료를 받고 있다. 스튜어디스 아카데미도 한 프로그램 당 150만원선이다.
부모 세대에게 ‘취업준비금’이란 단어는 생소하다. 취업준비금이 본격적으로 사회문제화 된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부터다. 일자리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20대는 경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이승호 한국청년센터 운영위원장은 “20대 모두가 경쟁하는 구조에서 더 많은 취업준비가 필요해지고 그에 따라 취업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대엽(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력이 시장 속에서 상품화되면서 ‘경력’이란 개념이 생기고, 경력의 시장화가 이뤄지면서 시장에서 돈을 주고 경력을 사는 현상이 만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취업준비금 인플레이션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다. 조대엽 교수는 “원론적으로는 기업, 정부, 교육기관 등 각 영역들이 이 구조를 타파하고 대안적 질서를 마련하기 위해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진로교육, 대학 내 진로직업서비스 등이 취약해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획일화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취업준비생들은 인성과 창의성을 쌓아도 이력서에 지표화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이곳저곳 학원 문을 두드린다. 이승호 위원장은 “대학생 개인이 이 세태를 바꾸기는 힘들다고 남들이 준비하는 스펙을 모두 따라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자신만의 취업준비 방향을 스스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과 1인당 평균 4269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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