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국(생과대 생명공학부) 교수의 연구실 한편에는 마아철저(磨我鐵杵, 쇠절구를 갈아 바늘로 만든다)라는 한자성어가 걸려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끈기 있게 노력하라는 의미처럼, 황 교수도 한평생 ‘고추’ 연구에 매진해 왔다.

황 교수가 고추 연구를 시작한 것은 독일 유학을 마치고 1981년 본교 교수로 임용될 때부터다. 당시 국내대학의 연구 지원은 매우 미비했다. 열악한 여건에서 재배할 수 있으면서 경제작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을 찾다 발견한 것이 고추였다. 이후 30여 년간 고추에 대해 연구하며 세계적인 고추 질병 전문가가 됐다.
황 교수는 퇴임 직전에도 활발히 연구를 지휘해 세계 최초로 고추식물의 병생성 관련 단백질 면역성의 증대 과정을 밝혀냈다. “이 세상에 하인이 대신 해줄 수 없는 게 두 가지 있는데 바로 공부와 운동이에요. 둘 다 꾸준히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죠” 이 두 가지를 게을리 하지 않은 것이 황 교수가 퇴임을 앞두고도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낸 비결이다.

평생 한 분야에 정성을 쏟은 황 교수는 강의할 때도 수업 교재 한 권에 집중했다. 황 교수는 학생들에게 많은 책을 읽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공부 잘 하는 사람은 참고서를 여러 개 안 봐요. 책 한 권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미국 유학 경험이 없는 황 교수가 매년 영어로 수많은 논문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영어 원서 한 권, 한 권을 끊임없이 공부한 덕분이다.

황 교수는 본교 재직 31년간 학부강의를 한 번도 휴강하거나 지각한 적이 없다. 1987년 6월 항쟁 때는 대부분의 학생이 결석해 학생 한 명과 수업을 한 적도 있었다. 이런 원칙을 고집하게 된 데는 독일 유학 당시의 경험이 컸다. “첫 강의에 딱 30초 늦게 들어갔는데 강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죠” 황 교수는 독일 대학교육의 저력이 강의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에서 나온다고 느꼈다. “정년을 앞두고 이 신조를 지킨 게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퇴임을 앞둔 황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이을 후임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교수를 새로 임용할 때 퇴임 교수의 연구 분야를 고려하지 않아 연구의 연속성이 없다”며 “대학의 학문이 발전하려면 교수들의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퇴임 후에도 학생을 가르치며 학문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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