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상암DMC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20대 정책토크’에 다녀왔다. 어느 행사든 주최 측 관계자가 앞자리를 차지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알록달록한 젊은이들이 앞줄에 앉고 흰색 셔츠로 통일한 당직자들은 어두운 조명 아래로 밀려났다. 젊은 세대와의 불통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새누리당의 시도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20대가 대선주자와 교감을 나눌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이 많은 젊은이들의 옷차림에서 발견한 공통점 하나. 대부분 새누리당의 로고가 새겨진 악세서리를 하고 있었다. 행사 관계자에게 저게 뭔지 물어봤다. 관계자는 천기를 누설하는 마냥 내 귀에 속삭인다. “사실 여러분 빼고는 모두 우리 당 관련 대학생단체 인원들입니다”

이 날 소통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행사도 후보들의 정책발표가 대부분이었고, 짧은 대담시간엔 엄선된 패널 세명만 번갈아가며 후보들에게 질문했다. 그래도 세간의 눈을 의식했는지, 한 패널이 박근혜 후보에게 ‘20대와의 불통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 후보는 “20대 비상대책위원도 임명했고 젊은이와 불통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진정 ‘20대와의 토크’를 하고 싶었다면 장소도 다른 곳이어야 했다. 상암DMC는 순전히 언론보도를 의식한 장소였다. 기자석까지 따로 마련된. 차라리 대학로 한복판에서 우연히 마주친 20대와 교감하는 편이 훨씬 극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소통에 가깝다. 박 후보는 그래도 ‘20대와의 소통’과 관련한 질문에 ‘20대와 정책토크도 했어요’라고 답할 것이다. 알리바이도 있으니 거짓말은 아닌 셈이다.  

야당 후보자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진 않다. 어느 후보자도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제시됐을 때 원론 수준 이상의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대선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얼마 전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공식선출 됐고 민주통합당도 곧 후보를 뽑는다. 본격적인 선거구도가 갖춰지면 각 선거캠프는 20대의 표심을 잡기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을 것이다. ‘소통’이란 단어가 남발하는 요즘, 20대와의 ‘진짜 소통’에 대한 후보자 본인의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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