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학교체육에 관한 변화의 움직임을 놓고 ‘개혁론’과 ‘위기론’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개혁론의 발단은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의 청와대 보고 사항 중에서 ‘예체능 사교육비 경감 방안’의 일환으로 예체능 과목에 대한 ‘평가방식을 전환’하겠다는 데서 시작된다. 이 보고서는 기존의 서열이나 등급평가 대신 서술형이나 Pass/Fail과 같은 단순평가를 실시함으로써 예체능 과목에서 학생들간의 상대적 우열구분을 없애고, 나아가 내신성적에서 제외시켜 전체 사교육비의 41%(약 1조 5천억원)를 차지하는 예체능 사교육비를 경감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한 연구 조사에 의하면 대다수의 학생 및 학부모들은 이와 같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 이유는 예체능 과목은 많은 학생들의 내신성적을 높이는데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따라서 교과의 특성상 예체능 과목은 학생들이 점수에 구애받지 않는 보다 자유로운 형태의 수업을 원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반면에 체육 교사 및 전문가들은 이러한 최근의 변화적 상황을 ‘학교체육의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그 이유로 그들은 개혁의 발단이 교육부 정책 입안자들의 학교체육에 관한 그릇된 현실적 판단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러한 결과 국민의 관심을 왜곡된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체육이 7차 교육과정을 통하여 필수에서 선택으로 전환되었고, 시수도 줄어든 상황에 평가 방식마저 전환될 경우 수업의 질 또한 현저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그리하여 체육이 내신 성적에서 제외됨으로써 현재의 주지교과 위주의 입시제도 정책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체육정책 입안자 및 학부모들의 ‘체육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역설하고 있다.

이와 병행하여 최근 우리 대학에서도 교양체육에 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 ‘이수 인증제’의 도입이 한 예이다. ‘이수 인증제’를 통하여 그동안 백화점식으로 나열되어있는 교양체육의 과목수를 줄이고, 평가방법도 개선하여 교양체육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이 제도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 도입의 배경을 자세히 살펴보면 학교체육 개선을 위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시각과 매우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본인은 교양체육 과목 중에서 캠프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본 과목은 특성상 집중수업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통상 3∼4일 정도의 장기 산행이 실시된다. 일반적으로 수강 신청한 학생들 대부분은 용이하게 학점을 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산행 준비를 위한 예비 모임이 진행되면서부터 그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 이유는 예비 모임을 통하여 많은 인원이 높고 험준한 산을 등반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과 준비가 요구되며, 또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실재 산행시 학생들은 배낭에 텐트며 침낭이며 부식 등 실로 엄청난 양의 무게를 짊어진 채 등반해야 하며, 때로는 야간 산행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산행 초기에 종종 많은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한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동료들과 더불어 이러한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고, 마침내 점차 새롭게 변화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전인 교육’에 있으며, 미래의 시대에는 모든 면에서 다양한 재능과 능력을 갖춘 인재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현행의 주지교과 위주의 입시제도 하에서는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을 기대하기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학교체육은 이러한 면에서 그 가치가 존중받고 인정되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학생들의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체육 수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교육의 근본을 되새기는 ‘개혁론’과 자성의 목소리가 내재된 ‘위기론’이 동시에 메아리 칠 때 보다 바람직한 학교체육의 발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기천(자과대 사회체육학과 교수)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