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으로서의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위금실 씨((주)이야기꾼의 책공연), 고서희 씨(유자살롱), 박지선 씨(㈜영화제작소 눈)는 각각 책공연, 음악 공연, 영화·영상 제작 분야의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에서 활동 중이다. 20대인 이들에게 듣는 문화예술기업은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하지만 그들의 열성어린 이야기 한 편으로 값진 보람을 엿볼 수 있었다.

‘유자살롱’ 고서희 씨
㈜이야기꾼의 책공연’ 디자이너 위금실 씨

-‘책공연’, ‘이야기꾼’이 무엇인가 
“책공연은 동화를 나레이션, 음악, 연극 속에서 풀어내는 공연이다. 책공연의 특징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무대 위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공연에서 이야기꾼은 나레이터, 배우, 악사를 모두 겸하는데 이는 연극과 노래가 어우러진 뮤지컬 형식과 비슷하다”

-회사의 수익은 어떻게 얻나
“공연 한 편당 200만원에서 500만원 정도로 가격을 책정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연에선 이것이 비싸 보이는지 주최측은 때론 50만원, 100만원까지 깎기도 한다. 한번 공연을 위해선 최소 5명이 움직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선 기업이 유지되기 힘들다. 큰 회사의 공연에선 일부러 값을 높게 부르고 지역아동센터 공연은 싼 가격으로 나가곤 한다”

-어떤 계기로 ‘책공연’을 시작했나
“대학시절 교수님이 이곳을 소개해주셨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해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줄 알고왔는데 와서 보니 전공과 무관한 공연팀이었다. 처음엔 1년만 해볼 생각이었지만 사회적 기업에 대해 알아가고 좋은 일을 하면서 이 일에 빠져들었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일이 벌써 4년째다. 공연을 보며 진짜인 것처럼 빠져드는 아이들과 흐뭇한 부모들의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만의 특별한 고충이 있나
“많은 사람들이 예술 공연의 값을 낮게 매긴다. 큰 기업에서도 다짜고짜 공연 가격을 낮추려 든다. 비록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지만 우리는 스스로 예술가라고 자부한다. 예술 공연이 비싸다는 인식이 만연한 것을 보면 안타깝다“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조건은
“예술이 제값을 못 받는다 해도 포기하지 않아야한다. 예전에 5명이 대표로 시작한 문화예술 기업이 있었는데 대표들만 빼고 자꾸 구성원이 바뀌더라. 옆에서 보니 언제 무너질지 위태위태해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기업은 계속 이어졌고 결국 서울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굳건한 신념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유자살롱’ 고서희 씨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청소년들과 음악활동을 하는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학교에 나오지 않고 고립된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가르친다. 단지 음악교육뿐만 아니라 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관계를 마련해 주는 것이 목적이다. 악기는 인간관계를 맺는 데 서투른 친구들에게 훌륭한 소통 수단이 돼 준다. 최종적으로 함께 밴드 공연을 하는데, 서로의 템포를 신경 쓰고 음색을 맞추는 행위는 때로 말보다 더 좋은 교감 수단이다”

-사회적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나
“‘이런 프로그램에는 날라리들만 모이는 것 아니냐’라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차라리 날라리면 다행이다.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며 어떤 관계라도 형성하고 유대를 쌓는다. 그런데 학교에 아예 나오지 않고 혼자 있는 생활을 지속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생활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잊어버린다. 우리는 그런 아이들을 돕고 있다”

-수익은 어떻게 얻나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그램 참가비, 공연 수익, 음원 수익 등이 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교육 프로그램 ‘직딩예술대학’을 하고 ‘유자사운드’라는 정식 밴드로 공연을 다닌다. 지원을 받고 있는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에서 주최하는 캠프나 프로그램에서 일하기도 한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 정부 지원금도 나온다”

-이런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이 지속가능하기위한 조건이라면
“문화예술 컨텐츠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우리 수익의 일부인 음원은 불법공유 때문에 수익 창출이 어렵다.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문화예술 사업은 유행을 타기 마련이다. 이른바 ‘매니아층’이 있어야 그때그때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고수하면서 사업 유지가 가능하다”

‘㈜영화제작소 눈’ 경영지원팀 박지선 씨

-'영화제작소 눈‘의 주 활동은 무엇인가
“기본은 영상제작이다. 직접 다큐멘터리, 홍보 영상을 제작해 기업과 방송사에 판매해 영화·영상분야의 일거리를 만든다.
문화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영화·영상 제작을 가르쳐주는 교육활동도 한다. 영화 분야 진로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많다. 실제 영화계 종사자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거나 간단한 5컷짜리 영상제작 실습을 지도한다. 또 영화·영상분야 유휴 인력들에게 영화, 미디어강사 등 일거리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영화제작소 눈’에 입사한 계기는
“대학교 4학년 무렵에 한창 스펙 붐이 일었다. 공무원 지원율이 역대 최고치일 정도로 취업이 힘들 무렵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생으로 스펙도 관리하고 각종 강연을 듣기도 했는데 가끔씩 회의가 일더라. 이렇게 팍팍하게 살아야할 필요가 있을까. 쫓기다보니 내 능력을 어떻게 유용하게 쓸 수 있을지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사회적 기업을 알게 됐고 어쩌면 내 능력을 유용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상업적 영화제작사와 수입을 비교한다면
“지금은 정부 지원금에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기업 홍보영상, 다큐멘터리 제작·판매 등을 통해 점차 수익을 키워가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상업적 영화제작사와 비교하긴 힘들다.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지향점도 다르다. 지속성을 위한 수익모델이 있어야하는데 현재로선 수익과 사회적 역할 사이에서 적합한 사업모델을 찾는 중이다. 수익 모델을 정착시키려면 시범 모델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정부의 폭넓은 사업지원비가 필요하다”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의 지속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나
“영화·영상 분야는 상품의 제작비규모가 크다. 저예산영화를 1편 만드는 데에도 제작비가 수 천 만원씩 들고 몇 년의 제작기간이 걸리기도 한다. 매년, 매분기의 성과를 중시하는 관리 당국의 입장은 이해한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상품개발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영화·영상 분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영화·영상 분야의 사회적 기업은 설자리가 좁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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