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장대비가 쏟아지는 화정체육관 필드에서 안암총학생회 체육국 소속 동아리 미식축구부의 연습이 한창이다. 단단한 헬멧과 어깨패드로 중무장한 20명의 사내들이 필드를 울리며 힘을 겨룬다. 약간 떨어진 곳에 야구모자를 쓰고 빨간 우비를 입은 체격 좋은 한 남자가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그가 바로 중앙동아리 미식축 구부의 코치인 로렌스 볼비(Lawrence Bowlby,남·30세) 씨다. 그는 무보수로 일주일에 3번 미식축구부를 지도하고 있다. 무보수에 아내의 불만이 없냐는 물음에 “내가 좋아서 하는일이라 아내도 인정을 해줘요.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것보단 낫잖아요”라고 웃으며 답한다.

로렌스 씨는 K FNL(K or e a Football National League) 팀인 서울 워리어스에서 안상언 전 미식축구부 코치를 만난 것을 인연으로 3월부터 코치를 맡았다. 처음에는 의사소통문제를 겪기도 했지만 영어에 능통한 몇몇 선수들이 있어 이제는 크게 힘들지 않다. 경험이 많은 로렌스 씨가 코치를맡으면서 미식축구부 전력이 크게 향상됐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미식축구를 해왔다. 13살 때 헬멧과 어깨패드를 착용하고 정식으로 미식축구를 시작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고등학생 선수들을 코치했고, 서울 워리어스에서 2년간 코치를 맡기도 했다. 다양한 그의 경험은 미식축구부승에게 큰 도움이 됐다. ‘더블윙’ 공격전술을 전수해 팀의 공격력 향상을 가져온 것. 그는 “3월부터 연습해 오던 것이 여름방학에 이르러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으쓱해했다.

그는 마포 청소년 수련관에서 유치원 아이들에게 인라인 스케이트와 수영을 가르치는 강사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매우 좋아하는 그는 “직업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다만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미식축구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어떤 화제로 이야기를 해도 미식축구로 말을 맺는 그에게서 미식축구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느껴졌다.

항상 열정적인 그에게도 고충은 있다. 한국에선 미식축구가 비인기 종목이라 시설을 빌리는데 항상 어렵기만 하다. 열악한 상황 때문에 종종 푸른 잔디 위가 아닌 먼지가 날리는 운동장에서 훈련을 하기도 했다. “저는 우리 선수들을 존경해요. 인기도 없고 더구나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있는 운동을 순수한 열정만으로 최선을 다해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향후 몇 년간은 코치생활을 계속할 계획이다. 로렌스 씨의 최종목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국 미식축구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대학미식축구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이 목표를 위해 흠뻑젖은 필드에서든 흙먼지가 날리는 운동장에서든 미식축구부와 함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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