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5 13:55 (일)
난세를 살아낸 사람들의 'Twitter'
난세를 살아낸 사람들의 'Twitter'
  • 장지혜 기자
  • 승인 2012.09.02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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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호(문과대 한문학과) 교수 인터뷰
<삼국사기>에는 백제가 망할 것이라 예언한 ‘백제월륜요(百濟月輪謠)’가 배경설화와 함께 실려 있다.
백제는 둥근달 백제동월륜(百濟同月輪) 신라는 초승달 신라여월신(新羅如月新) 한시로 번역된 백제월륜요는 백제가 둥근 달과 같이 가득 차 곧 기울 것이며 초승달에 비유한 신라가 백제를 꺾고 흥할 것을 예언한 ‘참요’이다. 참요(讖謠)는 민중의 염원이 담겨 구전되며 미래의 징후를 암시하는 노래다. 심경호(문과대 한문학과) 교수는 우리 고전 문헌에 기록돼 있는 참요 120여 편을 고대부터 근세까지 시대별로 정리해 <참요, 시대의 징후를 노래하다>를 7월 발간했다. 120편이나 되는 참요가 한 곳에 정리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참요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학문적 측면에서 참요는 민중의 노래이자 정치비판 의식을 담은 언어로서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
이에 몇몇 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참요를 정리했지만 좀 더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나의 학문적 지향으로서 한문학에서 지식인뿐 아니라 민중의 소리를 찾아 우리 민족의 험난한 삶의 모습을 더 많이 발굴하고 싶었다”

-참요가 난세를 살았던 사람들의 트위터라고 표현했다
“옛날 사람들은 참요가 아이들의 순수한 예지능력에서 나오는 노래라고 여겼지만 사실 의도적으로 유포시킨 정치적인 노래도 많았다. 오늘날 트위터가 상당한 폐해를 낳기도 하지만 적시성, 광포성을 갖고 정보를 유포하는 점이 이와 유사하다. 또한 참요는 누구나 암송하기 쉽고 개작이 편하도록 짧은 형태가 많은데 이것도 트위터와 비슷하다. 주류 언론에 대항하는 민중의 목소리라는 점에서도 참요와 트위터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참요에 담긴 민중성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참요에는 문자에 숙달된 지배층과 대비되는 고유한 민중성이 담겨있고 그런 면에서 대항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참요는 시대의 격변기에 성행했는데 지배층은 이를 유언비어의 일종으로 취급하고 탄압했다. 다산 정약용은 ‘유언비어가 거두어져서 보리뿌리로 들어간다’라는 속담을 인용해 참요가 자연적으로 사라질 때까지 목민관 스스로 근신할 것을 충고했다”

-참요가 현대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책을 기획할 당시에도 출판사에서 참요를 통해 현대사회를 재조명하거나 직접적 교훈과 연결되도록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학문은 본연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고전을 분석하고 설명하는것에 그친 학술서를 내게 되었다. 고전을 연구하다보면 현대의 일과 대응시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유혹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학문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사회 속 참요의 의미는 사람들이 고전을 읽고 스스로 생각해야만 한다. 다만 내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사회 지도층이 민중의 대항언론에 귀 기울이고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연구는 무엇을 계획하고 있나
“지금은 상소문을 정리해 사대부와 민중들이 어떻게 정치를 개혁하고자 노력했는지 알아보고 있다. 그후엔 민중들이 세금감면, 신원복귀 등을 탄원한 호소문인 ‘발괄’을 모아 책을 발간 할 계획이다. 한문으로 쓰여진 문헌은 굉장히 다양해 연구할 것이 많고 자료 찾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지금이 너무 즐겁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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