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태어나 사춘기를 거쳐 어른으로 성장해가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예외 없이 이성을 향한 그리움과 그러한 그리움을 실천에 옮기려는 충동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사랑하고 성적 행동을 하고픈 인간의 욕망은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일까? ‘사랑 행위’에 대한 생물학자들의 설명이나 플라토닉 러브로 대별되는 플라톤의 해석을 설령 모른다 해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실제로 이런 저런 형태로 사랑행위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생물학적 설명에 따르면, 이성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성적욕망은 인간의 유전자 지도에 따라 분비되는 성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생긴다. 그러나 인간의 성적 특성은 동물과 다르게 욕망과 쾌락이라는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유사 이래 종교적으로, 도덕적으로 그리고 학문적으로 금기시되어왔으며 일정한 시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인간의 성을 사회적 맥락을 배제한 채 생물학적 입장에서만 설명한다면 인간의 성적 욕망은 자연적인 것으로서 변화 불가능한 하나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현대에까지 지속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프로이드 정신분석학에서는 생득적 성 본능이 인간의 성장과정 동안에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심리학적 본질주의나 생물학적 결정론에 입각한 설명 모두는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성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사회구성주의로부터 비판을 받게 된다. 출생 시 갖고 태어난다는 성 충동 이론에 근거한 본질주의적 입장은 결국 변화가능하게 움직이는 불안정한 것으로서의 섹슈얼리티 개념에 의해 약화 되었다. 이러한 설명방식은 현재에까지 지속되어오면서 성은 역사적 구성물이라는 입장이 강하게 대두되는데 기초를 마련해준 셈이다. 인간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일정한 역사 시기에 있어서 등장하는 사회적 제도나 그러한 사회제도가 보장하는 사회적 의미의 틀 내에서 기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적으로 나타나는 비정상의 문제라든가 윤리적 잣대 모두가 그 사회에서 통용되는 힘의 관계 내에서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인간의 본성은 과연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걸까? 고대인들은 어떻게 사랑했을까? 고대 그리스에도 오늘날과 유사한 동성애가 있었을까? 아담과 이브를 둘러싸고 성경에 가려진 진실은 무엇일까?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이성일까 비이성일까? 인간은 왜 굳이 금기를 만들고 위반할까? 리비도가 인간의 행동과 인격을 규제할까? 우리가 소비하는 건 기호일까? 상품일까? 성은 억압돼왔을까? 오히려 해방되어온 건 아닐까?

따라서 이 강좌는 성과 인간의 욕망이 맞물려 드러내는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시대에 따라 다르게 인간에게 투영되어 왔는지를 몇 가지 역사적 고찰을 통해 살펴본 뒤, 섹슈얼리티를 주요담론으로 내세워 독특한 이론을 구가하고 있는 현대 사상가들의 이론을 조명해봄으로써 이러한 문제의식과 질문에 나름의 해답을 찾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면을 통한 강독 코너에서는 간단하게 크게 대립되는 두 입장인, 생물학적 성담론에 대한 입장과 보드리야르 및 푸코의 철학이론 만을 간략히 짚어가기로 한다. 우선 인간의 성적욕망이 진화의 산물인지의 여부를 생물학적 진화론의 입장에 비추어 살펴보고, 다음으로는 성을 매개로 한 소비문화가 상품 판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의식 틀을 소비에 맞게 무의식중에 변형시키는 과정을 ‘과실재’(hyperreality) 개념을 통해 날카롭게 분석하는 보드리야르의 사상과, 성이 억압되어왔다는 종래의 가설을 근본적으로 반박하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사상을 짚어본다.

사실상 현대 여러 사상가들의 생각을 굳이 빌리지 않는다 해도 결국 우리가 성에 대해 사고하는 방식이 그것을 체험하는 방식을 틀 지운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긴 어렵다. 고대의 경우, 그 시대가 성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시대 사람들의 성과 관련된 행동이 규정되었을 터이며 중세, 그리고 현대에 와서도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인간의 성적 욕망! 불변의 본질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연적일 뿐, 우리는 나름의 규범을 습득해 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

홍은영 철학연구소·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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