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우리 보건과학대학은 국내 최초로 단과대학의 역사 뿐 아니라 한국 공중보건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보건과학역사박물관을 개관하였다. 2006년 신설된 보건과학대학은 고려대 내에서는 역사가 길지 않다. 그러나 과거의 수도의과대학 병설 의학기술초급대학 때부터 축적해온 학문적 지식과 역사를 생각한다면 본 단과대학의 역사를 곧 우리나라 보건과학의 역사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보건과학에 대해 생소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보건과학은 쉽게 말해 건강과학이라 할 수 있다. 건강의 본질을 밝히고, 질병예방이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학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보건과학은 점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퇴행성 질병, 공해 질병 그리고 생활환경의 약화로 인한 문제의 증가는 21세기 보건의료 부문의 발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과학은 생명과학을 기초로 임상의학, 공중위생학, 사회과학 등 광범위한 학문영역에까지 미치고 있어 종합과학으로의 성격이 강하다. 한국의 성장 동력으로 지식기반 산업과 보건복지 관련 산업의 빠른 성장이 요구 되는 지금, 보건과학은 특히 다른 분야와의 융합 및 IT와 BT, NT, ET 부문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

보건과학에 대해 이렇게 꽤나 거창한 설명을 했지만, 사실 처음에는 나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내가 갓 입학했을 때만해도 진로 선택에 있어 전공을 살리느냐 마느냐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전공을 살린다 할지라도, 전문대에 개설돼 있는 학과가 많아 경쟁력이 떨어진다거나 임상보다 이론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협소할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전공을 더 공부하면서 많은 이들이 새로운 생각과 마주했다. 치기공학과를 예로 들면, 보통 임플란트나 교정기와 같이 생활 속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구강내 보철물 제작에만 관련된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치과보철물 이외에도 기초 의과학적인 분야에 기반을 두며 악관절이나 CAD-CAM, 통계학 등 훨씬 더 넓은 범위를 아우르고 있다.

또한 진로에 대해서도 제한적일 것이라 생각하는 학우들이 많았는데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 임상분야로 진로를 한정지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1학년 때는 치기공사가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졸업 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배들 덕분인지 나를 비롯해 많은 학우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실제로 좀 더 심도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가 하면 이중전공을 본전공과 융합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학생들도 많다. 식품영양학과 심리학을 연계하여 식습관과 관련된 심리상태를 연구한다던가, 치기공학과 신소재공학을 융합해 새로운 치과재료 개발을 위해 힘쓰는 이들도 있다.

타단과대 학생들의 보건과학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체육학 전공자들은 영양학과 물리치료학에, 공학 전공자들은 인간의 장기를 대신할 수 있는 인공구조물을 다루는 의공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미래는 끝이 없고 무궁무진하며 아직 개척하지 못한 새로운 분야로의 갈망은 계속되고 있다. 선배로서, 또 앞서나간 분들의 뒤를 쫒는 후배로서 보건과학대학 학우들이 좁은 굴레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세상으로의 한걸음을 망설이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이 모든 것이 과거의 탄탄한 역사를 기반으로 일궈낸 성과임을 잊지 않고 과거의 발자국과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함께 조망 할 수 있는 보건과학역사박물관을 통해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맞이할 수 있길 바란다.


보과대 학생회장 송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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