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태풍이 사람들을 더욱 지치게 한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15호 태풍 볼라벤에 대한 경고는 상륙 일주일부터 시작됐다. 엄청난 규모가 예상된다며 서울시내 학교들에 휴교령이 내려지는 등 각종 방법으로 대비책이 안내됐다. 방송과 언론은 태풍의 진로와 크기 풍속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심지어는 트위터를 통해 주의와 대비를 당부했다. 이러한 대대적인 홍보로 국민도 유리창에 신문지와 테이프를 붙이고 외출을 삼가며 태풍에 대비했다. 하지만 기상청의 예측과 다르게 남부지역에 큰 피해를 남겼지만, 서울 경기권은 태풍의 피해가 예상만큼 많지 않았다. 이에 일부 수도권 주민은 정부의 과도한 대비책에 불만을 터트렸다. 정부의 안내에 따라 태풍을 대비한 주민은 괜히 귀찮은 일로 시간만 허비했다고 하고. 그러한 계도를 무시한 주민은 그러길 잘했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작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에도 많은 사람이 불만을 표출했다. 광화문, 강남, 구로 등 수도권 여러 곳이 집중호우로 물에 잠기고 산사태가 발생해 여럿이 죽고 군사시설의 지뢰가 민간인 거주지역으로 떠내려가기도 했다. 이 사고로 큰 손해를 입은 주민은 미리 예방하지 않은 정부를 비판했다. 또한, 당시 철저하게 준비된 외국의 배수시설을 모범사례로 들며 한국도 미리미리 대책을 만들어 놨어야 했다는 언론의 질책도 상당했다. 4년 전 전 온 나라를 촛불로 밝힌 광우병으로 말미암은 전 세계 인간광우병 감염자는 매년 12명 수준이다. 반면 이번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13명이 사망하고 320세대의 이주민이 발생했다.

그렇게 우리는 안전에 무관심하고 자신들의 피해가 아니면 무관심하기 마련이다. 학내 셔틀버스 사고가 일어나기 전 교내 안전을 문제로 삼는 사람은 적었다. 불상사 이후에도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바뀐 셔틀버스노선을 두고 불평한다. 지나친 예방은 어디까지 일까를 생각하게 만든 15호 태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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