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서 학내보도를 담당하던 기자였을 때다. 당시 A단과대 학생회는 단과대 건물 안팎에 흡연공간을 만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단과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직원 다수가 반대하는 사업이었다. 취재를 하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 발견돼 보도준비를 하던 기자에게 A단과대 학생회장은 이런 말을 건넸다. “이미 결재가 다 올라갔고 보도를 해도 막을 수 없으니 좋게좋게 하자”, “내가 해병대 출신이야. 이번에 보도 이상하게 나가면...”. 회유와 협박 투의 말이 기자에게 꽂혔다. 하지만 보도는 예정대로 나갔고 해당 사업은 백지화가 됐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축제 기간 중 B단과대가 주최한 클럽 소음으로 인해 많은 학생이 불만을 제기했다. 지역주민과 학생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주의를 받았지만 광란의 소음은 계속됐다. 그 당시 다른 단과대 학생들은 시험기간 중이었다. 본지에 칼럼 형식으로 해당 사건을 알렸고, 여지없이 다음 날 B단과대 학생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통화내용의 핵심은 ‘학생들의 불만은 없었고 모두가 즐기는 장이었다’와 ‘정정보도를 해주지 않으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였다. 구체적인 반박 증거를 제시하면 정정보도를 해주겠다는 기자의 말에도 알아서 정정보도를 해달라는 협박은 계속됐다.

얼마 전 일간지 정치부 기자를 만나 이 두 가지 일화를 전했다. 그러자 정치부 기자는 단지 잘 안다는 이유, 자신과 교집합이 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는 이를 ‘막’ 뽑아놨기에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대학사회만이 아닌 대한민국에 만연해 있고,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12월은 5년 만에 맞는 12월이다. 기본적인 인격도 갖추지 못한 이를 ‘내가 좋아하는 당이라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출신이라서’ 뽑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인격과 능력을 갖춘 후보를 골라내는 지혜로운 유권자가 가득한 희망의 12월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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