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전은 단순한 체육 활동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시대와 소통하며 그 모습을 조금씩 바꿔왔다. 고연전이 과거와 현재는 어떻게 다르고, 미래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지 방형애(보과대 보건과학연구소) 교수, 류태호(사범대 체육교육과) 교수, 고연전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최영진(사범대 체교83) 공과대 학사지원부 과장에게 들어봤다.

전국적 축제의 장이었던 과거의 고연전
1965년 공식 정기전으로 지정된 후 47년의 역사를 이어온 고연전은 1970년대에 전국적인 행사로 거듭나 국민의 큰 관심을 받았다. 지상파에서 생중계를 했으며 일반인들도 경기 관람을 위해 티켓을 구하려고 애썼다. 이에 다른 대학들도 대항전을 열었는데 쌍서전(서울대-서강대), 문무전(서울대-육군사관학교)이 대표적이다. 스포츠 행사로의 역할 외에 고연전은 군사독재시절 민주화 운동을 위한 도화선의 역할도 했다. 최영진 과장은 “과거 고연전 땐 잠실경기장 주위에 경찰들이 포진해있었다”며 “경기장 주위에 최루탄 냄새가 가득했던 적도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고연전, ‘그들만의 리그’가 돼 버리다
예전의 인기에 비해 현재의 고연전의 인기는 많이 줄었다. 1980년대에 종목별 프로 경기가 정착되면서 고연전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이 생기자 고연전에 대한 관심도 차츰 낮아졌다. 학생들과 시민들로 가득 메워지던 개막전에도 빈자리가 남아돌고 있다. 고연전의 인기 하락에는 고연전 내부의 문제도 분명히 있다. 고대·연대인만의 축제가 되면서 고연전은 ‘그들만의 리그’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류태호 교수는 “선수들이 승리에만 집착하면서 숱한 난투극을 벌인 게 대중들로 하여금 등돌리게 했다”고 말한다. 또한 학생들이 ‘나는 5개부의 운동 경기를 보러 가는 관중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주인공인 축제’라는 주체 의식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류태호 교수는 그 원인으로 현 선수단이 전부 체육교육과 학생들로만 구성돼 있는 점을 꼽았다. 류 교수는 “선수들과 학생들이 만나는 경우가 경기 후에 관중석에 올라와서 같이 응원하는 것 외에는 없지 않냐”며 “예전에는 다양한 학과 소속 학생들이 선수로 출전해 일반 학생들과 선수 간의 관계가 지금보다 가까웠다”고 말했다.

최영진 과장은 “현재 고연전이 과거와는 달리 대학생이 겪고 있는 문제를 고민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스포츠 교류 행사에만 치중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과 장애인은 선수로서 경기에 출전할 수 없고, 모든 경기가 단체전인 탓에 개인종목 선수들은 출전할 기회가 아예 없다는 점을 인기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우리 모두의 경기가 돼야

세 사람은 고연전이 ‘그들만의 경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경기’가 되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류태호 교수는 “그저 5개의 경기를 지켜보는 형식을 벗어나 학생들과 선수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관계를 맺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고연전이 스포츠 경기만이 아니라 다양한 부대 행사와 함께 연결지어 문화축제로 발전시켜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도 함께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류 교수는 “지금은 고연전과 대동제가 각각 진행돼 대동제보다 오히려 고연전에 참여하는 사람이 더 적다”며 “대동제와 고연전을 합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최영진 과장도 “선수 뿐 아니라 여성, 장애인도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경기가 진행되길 바란다”며 “학생과 학교 당국, 교우회 등 모두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미래의 고연전, 진정한 아마추어 정신으로
전 국민이 즐길 수 있는 고연전으로 나아가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하나된 바람이다. 고연전이 다양한 시민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스포츠 정신을 살리는 게 급선무다. 류태호 교수는 “대학스포츠의 핵심은 아마추어리즘”이라며 “이겼어도 겸손해하며 졌어도 게임을 즐길 줄 아는 성숙한 페어플레이 정신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과장도 “앞으로의 고연전은 서로가 기쁨을 얻는 경기가 펼쳐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기 후에도 이어지는 페어플레이, 올바른 술자리
고연전 뒷풀이가 술로만 이어지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화합을 이루기 위해 분명 술은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과음과 폭음으로 이어져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방 교수는 “학생들이 술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며 “이는 우리나라가 음주문화에 관대한 탓”이라고 말했다.

방 교수는 해결방안으로 음주를 대체할 대안문화 마련, 학생회 측의 관리, 음주문화에 대한 의식변화를 꼽았다. 문화공연을 통해 술 없이도 타인과 쉽게 어울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고연전을 주최하는 학생회는 책임을 지고 음주사고를 방지해야 한다. 방 교수는 “학생회의 선도에 따라 문제의식을 가진 학생들의 용기 있는 행보가 있을 때 고려대의 음주문화를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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