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에 대한 욕구는 어디서 생겨날까?
대부분의 동물은 생식이 가능한 시기인 발정기에만 성적 욕구를 느끼며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로 치닫게 된다. 반면, 인간은 생식이 가능한 시기이외에 언제라도 성적 흥분을 유발하여 성적 행동에까지 이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도 있고 또한 조절할 수도 하다.

이러한 인간 신체 기관의 생물학적 구조 내에서 바로 에로티시즘에 대한 논의가 뒤따라 나올 수 있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성욕과 성행위 조절을 대뇌의 신피질에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 분비에 기반을 두어 이루어지는 인간의 성 욕구는 일차적으로는 생식본능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물과 달리 인간은 사랑의 감정이나 육체적 자극을 통해 성욕구가 촉발되어 애정을 표현하기도 하며, 때로는 단순한 쾌락을 위해 성적 행동을 하기도 한다.

만일 인간이 동물처럼 오로지 발정기에만 성적욕구를 느껴 성적 행동을 한다면 성적쾌락이라는 용어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성과 관련된 여타의 문제도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포르노를 비롯한 성 관련 산업, 성매매, 성을 통한 통제, 정치 등 무수히 많은 문제들이 아예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인간이 대뇌를 통해 성본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실제로 인간을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동시에 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들을 야기한다. 

2)성적 욕망은 진화의 산물인가?
성과 관련된 다양한 물음에 생물학적으로 접근하여 해명하려고 시도하는 입장에서는 인간의 성적 욕구 및 성향 과 본성 그리고 성역할 등에 대한 설명을 사회나 문화와 같은 인간의 인위적 제도와 정신에 의존하여 제시하기보다는, 진화론적 입장에 기대어 인간 본성과 성 심리의 생래적 측면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진화 생물학, 인류학, 신경과학 등에서 일구어낸 연구 성과들을 기반으로 하여 인간의 보편적 성향이나 행동 특성을 설명하는데 주력한다.

또한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일정한 심리적 경향이란 진화 과정에서 생존이나 번식과 관련된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해결해왔기 때문에 오래 남아 발전해온 것으로 이해한다. 이로써 자연 선택 이론이 결국 의식의 틀을 규정한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의 행동 가운데 성과 관련된 행위는 유전자 전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므로 성에 관한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이론은 진화 심리학이라고 주장한다.

사회 생물학을 ‘모든 사회적 행동의 생물학적 토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라고 정의한 윌슨의 설명대로 사회 생물학에서는 다윈의 자연 선택설이나 유전학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고자한다. 사회 생물학자들은 학습보다는 유전적 영향을 통해 인간의 정서적 문제까지 구명하려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정한 행동이 단순히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고 변화를 겪는다고 해서 그러한 행동이 유전적 기원을 갖는다고 단순히 말할 수 있는가? 또 한 유전자가 허용하는 행동의 유연성은 어느 정도인가?

문화가 단순히 유전자의 운반도구인지, 아니면 독립적으로 발달하는 것인지와는 무관하게,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유전자를 통해 인간의 행동들을 규명할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을 번식영역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경쟁적으로 분투하는 개체로 보지 않고, 사회와 같은 좀 더 포괄적인 전체의 구성원으로 파악하여, 예측 불가능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이해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떤 입장을 선택하든 복잡한 인간의 속성을 단순히 한 가지 특정이론에로 종속시켜버리려는 생각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물리적 개체일 뿐 아니라 동물과 달리 ‘자의식’을 갖춘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을 유전인자든 문화적 환경이든 어느 한쪽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떤 입장을 선택하든 생물학적 관점은 인간을 이해하는 기본적 틀이며 인간에 대한 일정한 형태의 통찰을 제공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영역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인간을 단순히 유전자에 의해서만 형성된 존재라고 간주하기에는 복잡한 문제들이 우리의 발길을 붙잡는다.

홍은영 철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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