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최웅석 씨 제공
워킹홀리데이는 만 18세 이상 30세 미만의 청년이 최장 1년 동안 체결국에 체류하며 관광, 취업, 어학연수 등을 통해 현지의 언어와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이다. 현재 한국은 2005년 이후 14개 국가와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체결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국외 체류 중인 한국인이 8만 명을 넘기는 현 시점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세 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신감까지 잃게만든 언어장벽
최웅석(숭실대 경영학과05) 씨는 모의 취업 영어면접 0점의 굴욕을 씻기 위해 2009년 12월 무작정 호주로 떠났다. 중학교 영어 교과서 수준의 회화실력이었지만 특별한 목표보단 다양한 경험을 하고 오자는 생각이 컸다. 낯선 타국에 도착한 그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언어장벽이었다. 영어로 말할 때면 “Sorry?”하고 되묻는 현지인들의 반응은 그를 위축시켰다.

이상준(서울사이버대학12) 씨는 프랑스와 워킹홀리데이 협약이 처음으로 체결된 2009년, 비자를 받아 프랑스로 떠났다. 영어만 하면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불어를 전혀 공부하지 않고 떠났지만 현지에서는 영어를 쓰는 사람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일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 처음 3개월 동안은 무직 상태로 방황해야만 했다. 그 사이 같이 프랑스에 온 워킹홀리데이 일행들은 하나둘 연락이 끊겨갔다. 이상준 씨는 “그런 경우 대부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말없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막상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언어장벽 때문에 그릇 닦기, 아기 돌보기, 농장일, 청소 등 단순 노동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권순정(공과대 기계공학06) 씨는 어학연수는 비용이 많이 들어 워킹홀리데이 목적으로 2011년 5월 호주에 갔다. 순정 씨는 농장에서 토마토를 수확하는 일을 구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니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며 “워킹홀리데이에서 사무직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3D 직종으로 몰린다”고 말했다. 영어에 자신이 없었던 순정 씨는 호주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 현지인들과 관계에서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 순정 씨는 “영어가 어눌하다보니 현지인들 앞에서 당당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일자리
워홀러들에겐 의사소통장벽만이 무제가 아니다. 최근 가장 많은 워홀러가 체류중인 호주의 경우 전처럼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호주는 한국 뿐 아니라 제3세계에서 체류자가 몰려오는 추세라 일을 구하기가 힘들다. 최웅석 씨는 “경기가 안 좋아진데다 정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 씨가 일한 프랑스는 시급이 한국의 2배에 달하지만, 그곳의 물가를 고려하면 결코 높지 않다. 상준 씨는 “시급을 보고 다시 한국으로 귀국하는 사람도 봤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인종차별 문제도 내재돼 있다. 성인은 드러내놓고 차별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청소년들이 체구가 작은 동양인을 조롱하는 경우가 많다. 박준형(남·23) 씨는 “골목을 지나다보면 자신들과 키가 똑같은 나를 괜히 툭툭치며 시비를 걸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라는 사회적 약자
어렵게 일을 구하고 난 뒤에도 고용주와의 관계에서 문제를 겪기도 한다. 외국인으로 사회적 약자에 위치했다는 점을 이용해 일한 만큼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업주도 있다. 권순정 씨는 “농장에서 일할 때 토마토를 안 딴 부분이 있다고 농장주가 일방적으로 시급을 깎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송을 걸 생각을 했지만 외국인에겐 근로보호법 적용 강도가 약해 불리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결국 아무런 반발도 할 수 없었다. 권순정 씨는 “당시 내가 약자라는 느낌에 겁이 덜컥 났다”고 말했다.

워킹홀리데이 전용비자 체류 기간이 길어야 1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임금을 제때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임금 마찰은 현지인 업주뿐 아니라 한국인 업주와의 관계에서도 발생하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법적으로 한 달을 고용하면 첫 일주일은 수습기간 명목으로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프랑스인 사이에서는 수습기간에도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한국인 업주가 현지 사정에 어두운 워홀러들에게 이를 악용하는 것이다. 이상준 씨는 “한인 사장들이 수습기간이 끝나면 일 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임금 한 푼 주지 않고 내쫓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말할 기회가 없는 외국생활
일을 하며 영어를 배운다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농촌 지역에서 일을 한 권순정 씨는 외국인과 대화의 기회가 많지 않아 일을 하며 영어를 배우기가 어려웠다. 권순정 씨는 “일을 하면서 학원을 다니려 했지만 체력적으로 너무 고되 포기했다”고 말했다. 결국  5개월 동안 농장에서 하루에 6, 7시간 많게는 10시간 동안 일하며 번 돈으로 케언즈에서 어학원을 다녔다. 권순정 씨는 “체류기간동안 어학공부에만 집중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서 외국어를 전혀 쓰지 않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최웅석 씨는 “한국인 주인이 운영하는 가게로 들어가 일을 하는 것을 ‘한인잡’이라고 한다”며 “현지인 업주가 주는 시급보다 6~7달러 정도 적긴 하지만 영어가 정 안되는 경우 취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 전에
현지에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이질적인 언어와 환경이다. 세 사람은 “이질감을 극복해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태도로 외국어를 듣고 말할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웅석 씨는 “활발한 성격이라 안되는 영어라도 말을 붙여 생활영어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준 씨는 언어 문제로 잠시 방황했지만, 마음에 맞는 프랑스 여성을 만나 적극적 구애를 한끝에 연애와 불어 모두를 잡았다. 성준 씨는 2009년 프랑스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권순정 씨도 “워킹홀리데이는 자신의 선택폭이 넓기 때문에 본인의 적극성에 따라 얻는 경험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방문하려는 국가에 대한 조사도 거쳐야한다. 이상준 씨는 “현지의 임금과 물가를 미리 조사해 자신의 목표대로 생활이 가능할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