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생긴 신축 건물로 인해 피해가 생겨 우리 동네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들 최대한의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냈다. 사람들을 모은 한 주민은 ‘건물이 생긴 지 10년이 지났는데 어떤 모임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10년 만에 이웃 사람을 한 자리로 모은 요인은 화합이나 친목이 아니었다. 단지 내 재산권을 지키려는 이유였다. 신축건물주로부터 적당한 피해보상을 받게 된다면 다시 서로의 얼굴을 한 자리에서 마주보는 일이 있을까.
대학에 오기 전 살던 집에선 이웃과의 소통이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한 마디씩 서로의 사는 얘기를 나눴다.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반상회에선 엄마들은 자식 얘기, 남편 얘기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얼굴이 익은 이웃들이 많이 떠나면서 새로운 주민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10년 이상 산 우리 가족도 이젠 모르는 얼굴들이 더 많아졌고 엘리베이터에서 간단한 목례조차 쉽지 않게 됐다.
어린 아이를 성폭행한 범인에게 화학적 거세 적용에 심지어는 궁형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엄한 처벌책도 범죄를 막는 예방책은 될 수는 없다. 이미 멀어질 대로 멀어진 이웃과의 간격을 좁힌다는 것은 이제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다만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아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