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웃사람>이란 영화가 있다. 영화는 이웃들이 연쇄살인범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발 벗고 나서 한 소녀를 구하는 내용이다. 원작 작가인 강풀은 웹툰 후기에 이런 말을 남겼다. ‘만약 이웃 간의 조그마한 관심이 있었다면 한 소녀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웹툰이 나온 것은 2008년. 하지만 5년이 지난 2012년과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성폭행 사건도 모두 이웃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저지른 일이었다.

옆에 생긴 신축 건물로 인해 피해가 생겨 우리 동네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들 최대한의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냈다. 사람들을 모은 한 주민은 ‘건물이 생긴 지 10년이 지났는데 어떤 모임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10년 만에 이웃 사람을 한 자리로 모은 요인은 화합이나 친목이 아니었다. 단지 내 재산권을 지키려는 이유였다. 신축건물주로부터 적당한 피해보상을 받게 된다면 다시 서로의 얼굴을 한 자리에서 마주보는 일이 있을까.

대학에 오기 전 살던 집에선 이웃과의 소통이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한 마디씩 서로의 사는 얘기를 나눴다.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반상회에선 엄마들은 자식 얘기, 남편 얘기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얼굴이 익은 이웃들이 많이 떠나면서 새로운 주민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10년 이상 산 우리 가족도 이젠 모르는 얼굴들이 더 많아졌고 엘리베이터에서 간단한 목례조차 쉽지 않게 됐다.

어린 아이를 성폭행한 범인에게 화학적 거세 적용에 심지어는 궁형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엄한 처벌책도 범죄를 막는 예방책은 될 수는 없다. 이미 멀어질 대로 멀어진 이웃과의 간격을 좁힌다는 것은 이제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다만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아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