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일 정부는 수 년 동안 질질 끌어오던 방사성폐기물처리장(원전수거물관리센터, 이하 방폐장) 부지로 전북 부안군의 위도를 선정했다. 부안군의 주민들은 이에 반발 8월이 지나도록 반대 시위와 다양한 운동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단연 주목받는 것은 바로 주민소환 추진이다.

주민소환이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을 임기 전에 해직하도록 주민이 결정하는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주민소환의 대상은 선거직 공무원에 한하며, 정해진 기간 내에 일정 수 이상의 주민이 서명을 하여 투표에 회부되고, 투표에서 소환여부를 결정한다. 주민소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직선 선거의 투표자의 10∼30% 정도가 40∼160일 정도의 일정기간 내에 서명하여야 한다. 해임된 공무원의 자리는 재선거나 임명에 의해서 충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주민소환과 관련한 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다면 아직 법제화되지 않은 주민소환을 부안군에서는 어떠한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인가?
일단 부안군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先 서명, 後 투표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핵폐기장 백지화 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부터 1주일간 김종규 부안군수 주민소환 을 위한 서명을 받은 결과 부안군 유권자 5만5600여명 가운데 36 .8%인 2만500여명이 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정도 수치라면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적용하는 주민소환의 서명 기준을 만족시킨 수치이다.
그러나 부안군민들의 이런 적극적인 주민소환 추진에도 불구하고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안군수에 대한 주민소환은 힘들어보인다. 그러나 주민소환은 비단 부안군이 아니더라도 몇 해 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도된 바 있다.

가장 주민소환 운동이 뚜렸한 곳은 광주·전남 지역이다. 광주전남개혁연대(이하 개혁연대)는 지난 7월 19일, <전라남도 공직자 소환에 관한 조례> 시안을 발표했다. 개혁연대 측은 “전남도, 광주 광산구, 신안군 등지의 지방자치단체가 최근 각종 비리로 행정이 파행을 겪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주민소환 도입이 검토되지 않고 있다면 전남·광주 지역 만이라도 주민발의를 통해 조례로 주민소환을 법제화할 것이다”라고 목표를 밝혔다.

주민소환의 긍정적인 효과로는, 첫째, 지방자치단체장 등 특정인물에 집중되어 있는 권력의 편향성을 교정해줄 수 있다. 둘째, 단체장들이나 지방의원들이 자의적이거나, 혹은 업자들과 결탁하여 사업을 벌이거나 허가를 남발하는 무책임한 행위들을 방지할 수 있다. 셋째, 시민들에게 정치적 참여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시민문화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민소환제가 직접적인 통제뿐만 아니라, 과거처럼 임기가 끝날 때까지 보장되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정을 했을 때 언제든지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의식을 갖게 하여 직권의 남용을 방지하는 심리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위와 같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주민소환제가 쉽게 시행되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단체장이 단기적인 지역주민의 이익에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개발을 위한 과감한 정책을 수행하고자 할 때 피해를 볼 수 있는 소수의 주민이 정책을 무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주민소환제를 남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 단체장 선거에 정당공천제가 허용되고 단체장의 소속정당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낙선된 반대당 세력이 당선된 단체장을 흔들기 위해 주민소환을 악용할 수도 있다.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주민소환에 있어 그 주요 원인이 되는 무능이나 부패를 확인한다는 것은 매우 자의적이나 선동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자의성이나 선동적인 주민동원에 의하여 선출직 공직자가 해임된다면 지방행정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단점은 그대로 부안군의 사례에도 적용된다. 한 행정학 전문가는 “부안군의 최근 모습은 공직자에 대한 능력을 지역이기주의가 동기가 돼 자의적으로 평가한 사례”라며 부안군민들이 과연 주민소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는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주민소환 적용의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다수가 주민소환제도의 도입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부안군 위도 방폐장과 관련한 군민들의 주민소환 추진은 이렇게 직접 정치의 획기적인 도구가 될 수도 있으며 지역이기주의 표출의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는 주민소환의 양면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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